[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어릴 적 사고로 부모를 잃은 여성에게 가족은 그야말로 꿈과 같은 존재였다.
'고아'라는 이유로 온갖 무시와 모욕을 당해야 했고 그때마다 생긴 마음의 상처를 홀로 이겨내며 꿋꿋하게 살아왔다.
이런 그녀에게 3년 전 한 남자가 다가왔다. 그는 조금씩 그녀의 마음을 파고들었고 여성에게는 멀게만 느껴졌던 가족이란 게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이룬 가정, 그 안에서의 행복한 삶을 꿈꾸고 있었기에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자는 남자친구의 말은 더할 나위 없이 반가웠다.
남자친구의 걸음을 따르는 그녀의 손에는 작은 선물이 들렸다. 예비 시부모님께 드릴 선물이었다.
그렇게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보고 인사를 드렸는데, 두 분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떨떠름한 표정의 남자친구 아버지는 한마디 말도 꺼내지 않았다.
어색한 기류가 흐르던 때 적막을 깬 건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아들이 네 연락처를 안 가르쳐 줘 허락하는 척 불렀다"고 했다. 당황하고 있던 그녀의 뇌리를 차갑게 파고든 건 "내 아들과 제발 헤어져라"라는 이어진 남친 어머니의 말이었다.
앞서 아들로부터 여자친구가 고아라는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는 그녀를 향해 "고아인 것도, 여기저기 굴러다니며 근본 없이 자란 것도 싫다"고 했다.
고아란 타이틀을 달고 평생을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모욕과 수치를 겪을 만큼 격었다고 생각했지만 남자친구 어머니의 눈빛과 표정은 여성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어디서 태어났는지도 모르는 더러운 물건마냥 자신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빛에 그녀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남자친구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남자친구는 "허락해주시려고 부른 줄 알았다. 너무 미안하다"며 그녀에게 사과를 건넸지만 정작 남자친구의 그 입술마저 어머니를 닮아 있었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그녀는 부모님과 연을 끊고서라도 결혼하겠다는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남기고 그의 모든 연락을 차단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가족이란 꿈을 꾸게 했던 남자친구와 그와의 추억은 더욱 선명해졌다.
그녀는 "지난 3년이 하나도 빠짐없이 떠오르고 가슴이 너무 미어진다. 계속 생각나고 보고 싶고 죽을 거 같다"고 전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소개된 해당 여성의 사연은 드라마 속 비극의 여주인공을 떠올리며 많은 사람의 안타까움을 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