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박상우 기자 = 군대는 철저한 계급 사회다. 훈련병부터 병장까지 모두 경험해야만 '전역'을 할 수 있기에 계급별 맡은 소임도 제각각이다.
군인들 사이에서는 이 계급을 '짬'이라고 부른다. 같은 상병이더라도 1호봉과 5호봉은 그 혜택이 천지 차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군에 '선진병영'이 도입되면서 짬 대우가 대부분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짬 대우'가 엄청났다.
"그간 열심히 일했으니 조금은 빼주겠다!"라는 차원에서 나온 병사들끼리의 약속이다. 간부들도 이런 문화를 이해해주고 배려해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다면 이 짬 대우 언제부터 받을 수 있는 걸까. 사실 짬 대우는 명시돼 있는 게 아니라 부대마다 제각각이다. 본인만이 스스로 체감할 뿐이다.
오늘은 이렇듯 병사들이 '짬'이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을 꼽아봤다. 혹시라도 이 생각을 하는 현역이라면 전역 전까지는 다 똑같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겠다.
1. 복장 착용이 자유로울 때
군대는 복장에 대해 매우 엄격한 집단이다.
하지만 상병 정도 짬이 차면 작은 일탈을 할 수 있게 된다.
세트가 아닌 옷을 섞어 입는 '혼복'부터 깔깔이(방상 내피), 활동복에 그림을 그리는 등의 행동이 여기에 속한다.
대부분의 병사는 이 시점부터 스스로 자아도취를 하며 '짬'을 먹었다고 뿌듯해한다.
2. 더이상 선임들이 암구호 물어보지 않을 때
부사수급 짬을 가진 병사는 그날의 암구호를 꼭 위워야 했다. 언제 어디서나 암구호를 묻는 이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지나치다 마주친 선임병부터 초소에 함께 올라간 사수들까지. 후임병은 늘 이 질문에 시달렸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질문도 '짬'을 먹게 된 순간부터 더이상 듣지 않아도 됐다.
물론 짬을 먹어도 암구호를 외우는 건 같지만, 질문 노이로제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건 엄청난 혜택이다.
3. 더이상 신병에 관심이 가지 않을 때
군대에서 신병에 관심이 있다는 말은즉슨 후임병을 기다린다는 말과 같다.
선임병이 되면 더이상 새로운 후임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진다. 이들은 전역날을 세기 바쁠 뿐이다.
마음가짐 역시 달라진다. 이전만 하더라도 '잘 해줘야지', '바로 잡아야지'라는 마음이 들었지만 더 이상 이런 생각이 들지 않게 된다.
선임병의 머릿속에는 '어차피 얼마 보지도 않을 사인데'라는 생각만이 떠돌 뿐이다.
4. 생활관 침상 넘어다닐 때
침상형 생활관을 쓴 병사들이라면 특히 공감할 것이다.
침상 생활관의 묘미는 양옆 침상을 뛰어다니는 것이다. 이를 시도하다 많은 병사들이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다.
이 행동 역시 짬이 안 되는 병사라면 상상도 하지 못했다. 혹시라도 하다 걸리는 날에는 하루 종일 시달려야 했다.
침상을 넘어 다녔는데 아무도 터치하지 않았다면 짬을 인정받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