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올해 5월 림프종 확진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이어오고 있는 A씨.
참기 힘든 고통이 그를 괴롭혔지만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면 쉴 수가 없어 진통제와 항구토제를 달고 직장으로 출퇴근을 이어갔다.
여섯 차례의 항암 치료가 이어지면서 A씨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고통을 꾹 참고 회사로 향하는 그에게 "별로 심하지 않나 봐?", "괜찮은가 보네. 출근하는 거 보면" 등의 비아냥이 따라다녔고 병원비 탓에 빚까지 늘었다.
그런 A씨에게도 크리스마스이브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그리고 이날 밤, 갑작스럽게 휴대전화가 울렸다.
확인해보니 "XX아힘내고건강하자"라는 이름으로 500만 원이라는 거금이 입금돼 있었다. 친척 중 누군가가 보냈을까 하고 수소문해 봤지만 자신에게 돈을 보낸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가 친구에게 문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애들이랑 너 아파지고 나서 이야기를 많이 했어. 물론 지금 네가 많이 괜찮아져서 고맙고 다행이라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친구들은 조금씩 너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어"
갑작스러운 장문의 메시지. A씨는 찬찬히 그 문자를 이어 읽었다.
"그래서 다들 마음을 조금 모아 너에게 전달하기로 결정하고 그걸 크리스마스 선물로 오늘 보냈다. 우리 회비도 보탰으니까 네 돈도 포함된 거야.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그러면서 친구는 "예전처럼 건강하게 우리 곁에 나와줘. 부담 갖지 말고 그냥 받아줬으면 고마울 것 같다. XX아"라며 문자를 마무리했다.
마음만으로도 고마웠던 A씨는 그 돈을 몇 번이고 다시 친구에게 돌려줬지만 친구 또한 고집을 꺾지 않고 A씨의 통장에 그대로 입금했다.
몇 번의 실랑이 끝에 참지 못하고 전화를 한 친구는 "너는 친구 아프면 이렇게 안 할 거냐?"라며 뼈 있는 말을 남기고는 "이것밖에 못 줘서 미안하다"고 했다.
이 말에 A씨는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지난 27일 자동차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을 통해 사연을 전한 A씨는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어떤 분들께는 500만 원이 정말 적은 돈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겐 무엇보다 크고, 감사하네요"라며 "이 자리를 빌려서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친구들 이름 하나하나 나열하며 "고맙다. 정말정말 고맙다"라고 했다.
A씨에게 가장 힘들었던 한 해가 될뻔했던 2019년은 그렇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친구들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가장 따뜻한 한 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