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제3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은 정치에서는 후진국 면모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21일 치러진 일본의 참의원 선거 투표율은 겨우 48.1%였다. 이는 사상 최저 투표율로 남아 있는 1995년 44.5% 이후 최저 기록이다.
2016년 한국의 제20대 총선 투표율이 58%였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10%p 차이가 나는 수치다. 게다가 일본은 밤 11시 기준, 한국은 오후 6시 기준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투표율 차이는 더 극명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일본 현지 언론은 태풍이 강타한 것이 투표율에 영향을 미쳤고, 젊은층의 정치 무관심이 24년 만의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게 했다고 분석한다.
이는 절반 정도만 맞는 말이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일본의 투표율이 저조한 이유는 '의도적인'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먼저 일본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방식이 조금 독특하다. 일반적으로 기호에 도장을 찍어 기표하는 방식이 아닌, 한자어와 히라가나로 된 후보자의 이름을 수기로 써야 한다.
한자는 '획' 하나만 어긋나도 무효표 처리가 되며 히라가나도 하나만 틀려도 무효로 처리된다.
새로운 인물보다는 기존 인물의 이름이 더 자세하게 기억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유명 정치인이 당선될 확률이 더 높다. 실제로 재당선율이 높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 개표 방식도 자동 방식이 아니라 '수개표' 방식을 취한다. 개표관이 임의대로 한자 혹은 히라가나가 부정확하다고 생각해 무효 처리하는 일이 빈번한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문제는 또 있다. 일본은 투표권이 있는 시민이 선거에 신분증만 가지고 가서 투표하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지 않다.
'투표 입장권'이라는 것이 집으로 등기 발송되고, 이것을 가지고 가야만 투표할 수 있다. 즉 주소가 없는 노숙인들은 투표할 수 없다. 사정에 따라 다른 지역에 잠시 머무르는 사람도 투표하기 어렵다.
또한 일본은 선거를 거의 무조건 일요일에 실시한다. 금토일 동안 놀러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 때문에 '일부러' 그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람들이 투표를 귀찮아 하기를 바란다고 보는 것이다.
한편 일본 정부를 이끄는 아베 신조 총리의 자민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정국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한일 관계를 파탄 내면서 내부 결집을 시도했던 근본적인 이유였던 '개헌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이 때문에 선거 자체가 실패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는다.
아베는 2016년 선거 승리 때와는 180도 다른 표정으로 개표를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