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조선 시대 최고의 애묘가라 하면 제19대 임금 숙종이 아닐까 싶다.
그는 '금손이'란 고양이를 애지중지 키웠던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숙종과 금손이 사이의 러브스토리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다.
이익이 지은 '성호사설'에 따르면 숙종은 어느 날 궁궐 후원을 거닐다가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를 발견한다.
그는 고양이들을 데려와 어미에게는 '금덕이'란 이름을, 새끼 고양이에게는 '금손이'란 이름을 붙여줬다.
이후 이들을 정성스럽게 키우던 숙종은 금덕이가 죽는 날 장례식을 치러주고 시를 지어 안타까운 죽음을 기렸다.
어미를 잃어 '금손이'가 홀로 남게 되자, 숙종은 더욱 큰 애정을 담아 돌보기 시작했다.
금손이를 대하는 숙종의 모습에 신하들은 조금은 의아해했을지도 모르겠다.
왕권 강화를 위해 3번의 환국을 일으켜 신하들을 쳐낼 만큼 냉철하고 결단력 있는 성격의 소유자였던 숙종이었지만 금손이를 대할 때만큼은 한없이 따뜻했기 때문이다.
기록에 의하면 그는 정사를 논할 때도 금손이를 안고 있었고 함께 밥을 먹으며 수라상에 나오는 고기도 나눠줬다.
금손이를 향한 숙종의 애정이 너무 과해 후궁들이 질투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진다.
금손이도 이런 숙종을 잘 따랐다. 숙종이 향하는 곳은 어디라도 따라다니며 갖은 재롱을 부렸다.
이익은 "고양이는 성질이 매우 사나워 비록 여러 해를 길들여 친해졌다고 해도 제 비위에 거슬리면 하루아침에 주인에게 아는 체하지 않고 가버린다. 근데 금손이는 참으로 이상하다"라고 전했다.
숙종과 금손이의 깊었던 애정. 하지만 둘은 곧 안타까운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1720년 음력 6월 8일, 이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던 숙종이 승하한 것이다. 임금이 죽자 궁궐은 슬픔으로 가득 찼다.
평생 자신의 곁을 지켜주던 숙종이 세상을 떠나자 금손이도 슬픔에 사무친 듯 울었다.
그 슬픔 때문이었는지 몇 날 며칠을 굶은 금손이는 숙종이 승하하고 13일 되던 날 그의 곁을 따라갔다.
당시 숙종의 계비였던 인원왕후는 이를 안타깝게 여겨 숙종의 능 옆에 금손이를 묻어줬다고 한다.
금묘야 부르면 금묘 곧 달려오니 사람 하는 말귀를 알아듣는 듯하였네. 기린과 공작도 오히려 멀리했건만 금묘만 가까이서 선왕 모시고 밥 먹었네 - 김시민(金時敏) '금묘가' 中
금손이와 숙종의 서로를 향한 애정은 훗날 이를 지켜본 신하들의 기록을 통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