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토)

남친 지인에게 성폭행 당해 '합법적 낙태'를 선택한 20대 여성이 올린 글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박아영 기자 = 한국에서 현행법상 낙태는 불법이다.


낙태가 여성의 권리인지 범죄인지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분분한 가운데, 이와 관련 없이 현재도 합법적으로 낙태가 가능한 경우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한 임신일 경우'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러한 이유로 '합법적 낙태'를 경험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 여성의 사연이 올라왔다.


20대 여성 A씨는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평범한 삶을 살았다며 힘겹게 입을 뗐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A씨의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뀐 그 날, A씨는 "야한 옷도 입지 않았으며 밤늦은 시간 만취해있던 것도 아니다"고 강조한다.


그날 검정 롱패딩에 긴 치마를 입었던 A씨는 오후 7시 길 가다가 아는 대학 선배를 만났다.


남자친구의 지인이었던 선배는 그럴싸한 핑계를 대면서 A씨를 자신의 원룸으로 데려갔고 이후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A씨는 임신까지 해 결국 '합법적 낙태'까지 하게 됐다.


가해자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인 지금도 A씨는 괴로움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에게 하루하루는 지옥이다. A씨에게 임신은 생명의 잉태가 아니고 타인에 의해 강제로 망가져 버린 삶의 결과물이었다.


이후 A씨는 정신과 입원을 했고 퇴원한 지금도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다.


평범한 20대의 삶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그 누구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아픔이기에 하루에도 수십번씩 자살 충동이 들었다.


그런 고통 속에서도 A씨의 곁을 지킨 건 부모님이었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은 말없이 A씨를 꼭 안아주면서 눈물을 흘리셨다.


사건 당시에만 하더라도 A씨는 남자친구도 있었고 친구들과도 잘 지냈다. 하지만 그 사건은 인간관계마저 산산조각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 일을 알게 된 남자친구는 오히려 A씨에게 "완벽히 저항하지 못해서 생긴 일 아니냐"는 말까지 내뱉었다. 이 말을 듣고 충격에 빠진 A씨는 결국 이별을 고했다.


이뿐만 아니었다. 절친이었던 친구들도 눈물 섞인 위로를 건네면서 뒤에서는 피해자인 A씨를 조롱했다. 이제 A씨는 가족 외에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됐다.


A씨는 "가해자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기 싫다"며 "그보다도 가장 소름 돋았던 것은 2차 가해를 한 지인들이었다"고 말한다.


또 "합법적 낙태에도 불구하고 차가운 눈길로 바라보던 병원 간호사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고도 덧붙였다.


강간 피해자가, 합법적 낙태 시술자가 받는 사회의 시선은 냉랭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분명 A씨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그저 성범죄의 희생양이 되었을 뿐인데, 마치 죄를 지은 듯 고개를 푹 숙여야만 했다.


사연을 모두 털어놓은 A씨는 "저 같은 사람도 살아도 된다고 말씀해주면 좋겠다"며 "저 다시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라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많은 이들이 상처받은 그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힘겨운 시간을 홀로 버티고 있는 A씨에게 작은 위로라도 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그중 한 누리꾼은 다음과 같은 장문의 댓글을 남겼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피해자는 아무런, 어떠한 잘못도 없어요. 어제를 그리고 오늘을 견뎌줘서 고마워요.


누구도 가볍게 여기지 못할 괴로운 일을 겪었지만, 20년이 넘는 시간을 추억과 사랑으로 빚어온 밝고 아름다운 당신의 본모습은 조금도 지워지지 않았네요.


그 일이 앞으로 계속해서 당신을 동여매고 나락으로 끌어내리지 못하도록 지금처럼 강하게, 굳건하게 버텨주시길 바랍니다.


그리 머지않은 훗날에 지금의 고통이 조금씩 옅어지고 바다처럼 큰 행복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