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토)

가난해서 '치킨' 한번 맘놓고 시켜 먹어본 적 없다는 학생이 서러움 토해내며 쓴 글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소공녀'


[인사이트] 박아영 기자 = 1인당 GDP 3만달러(한화 약 약 3,387만원) 시대에도 빈부격차가 양극화하면서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말이 익숙해졌다.


불결한 느낌이 나는 '흙수저'라는 말에서 여실히 드러나듯 가난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흙수저는 단지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의 차가운 시선과 기회의 박탈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살아간다.


이 가운데 지난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가난한 스무 살 여학생의 사연이 누리꾼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스무 살 A씨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집안이 가난해서 지금도 빌라 지하에 살고 있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상속자들'


A씨는 지금껏 살아온 모든 순간마다 돈 걱정에 시달렸다. 그에게 가난은 '삶'이었다. 


그는 학창시절, 돈이 없어 친구들과 롯데월드·에버랜드에 한 번도 놀러 가지 못했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가는 수학여행도 당연히 가지 못했다.


가지 못한 것보다 더 힘들었던 건 친구들이 다녀오고 나서 '그들만의 추억'이 쌓였다는 것이었다. 친구들은 서로 더 친해졌는데, A씨는 대화에 낄 수 없었던 것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이뿐만 아니다. 가난은 A씨의 미래마저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우리 주제에 무슨 대학이야. 그냥 다니지 마"


어렵게 대학에 합격해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라도 다니려고 했지만, 어머니는 대학 포기를 종용했다. 


당장 학자금 대출을 받아 학교에 다녀도 그 역시 훗날 갚아야 할 빚이고, A씨 가족은 가정의 생계를 이어갈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금, 삼삼오오 과잠을 입고 지나가는 대학생만 봐도 A씨는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A씨의 슬픔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A씨가 가장 슬플 때는, 먹고 싶은 음식을 못 먹을 때다. 남들 다 시켜 먹는 치킨 한 마리, 짜장면 한 그릇도 제대로 못 먹는 게 가장 서러운 것이다.


졸업식처럼 특별한 날에만 치킨, 짜장면을 겨우 사 먹을 수 있었고 뷔페는 문 앞에도 가보지 못했다. 집에서 TV를 보면서 맘 편하게 배달시켜 먹어보는 것이 작은 소원이다. 


그러면서 A씨는 앞으로의 미래가 더욱더 두렵다고 말한다. 돈이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기력한 지난날들이 계속 이어질 것만 같다.


많은 기회를 박탈당한 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아등바등 살아갈 듯한 자신의 모습이 두렵다.


A씨는 마지막으로 누리꾼들에게 "털어놓을 곳 하나 없어서 이곳에 적어봤다"며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다"면서 글을 끝맺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BS '상속자들'


해당 사연을 본 누리꾼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며 A씨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일부 누리꾼들은 치킨 기프티콘이라도 사 주고 싶다면서 따뜻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 10명 중 3명은 아동기에 빈곤을 경험했고, 이러한 빈곤 경험이 해당 청년들의 교육수준과 직업에 영향을 미쳤다.


연구원은 가계소득이 중위소득(소득순으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해당하는 소득)의 50% 미만인 경우를 '빈곤' 상태로 규정했을 때, 아동기에 빈곤을 경험한 만 18~28세 청년은 전체의 30.7%라고 밝혔다. 


빈곤 경험 기간에 따라 청년층의 교육수준도 다르게 나타났다. 아동기에 6년 이상 장기빈곤을 경험한 청년 중 70.9%가 고졸 이하의 학력이었다. 반면 6년 미만 단기간 빈곤을 경험한 청년들의 63%는 대학에 진학했다. 


해당 조사를 발표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아동수당 대상과 급여 수준을 확대해 빈곤의 대물림을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