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토)

"스벅 갔는데 혼자 비싼 '프라푸치노' 시킨 신입생 혼낸 제가 '꼰대' 선배인가요?"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오늘 후배들 커피를 사줬거든요?개강을 앞두고 과 자체 행사가 있었어요. 신입생들은 다 왔죠. 행사 끝나고 그냥 보내기도 뭣하고, 저랑 같은 방향으로 집 가는 신입 후배들에게 커피를 사겠다고 했어요.그랬더니 그 중 한 명이 다짜고짜 "어디 카페로 가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스타벅스가 근처에 있었고 거기로 후배들을 데려갔어요.뭐 얼마짜리까지만 사라, 이렇게 말한 건 아니지만... 저도 아르바이트하고 용돈 받아서 생활하는 학생이고, 사실 선배라고 해도 후배들과 주머니 사정 차이가 크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다른 후배들은 그렇게 비싸지 않은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 바닐라라떼 이 정도를 주문해 줬어요.그런데 아까 어디 카페 가냐고 묻던 후배 한 명이 혼자 프라푸치노를 시키더라고요. 그냥 프라푸치노면 말도 안 합니다.프라푸치노 사이즈 업해서, 자바 칩에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하고, 휘핑은 에스프레소 휘핑으로 바꾸고, 거기에 초콜릿 드리즐까지 추가하더라고요. 기다렸다는 듯이 야무지게 커스텀을 추가하는 거 있죠.솔직히 속으로 너무 당황하고 황당해서 표정 관리가 전혀 안 됐어요.입장 바꿔 생각해봐도 제가 후배일 때 전 선배가 뭐 사준다고 하면 무난하게 비싸지 않은 메뉴로 눈치껏 주문하는 편이었거든요. 배려하는 차원에서요.눈치가 없는 건지, 뻔뻔한 건지, 거지 근성(?)인지... 아무 생각 없던 후배인데 다시 한번 보게 됐습니다. 이런 제가 꼰대 선배인가요?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위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고민을 재구성한 글이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무척이나 격렬한 논쟁이 펼쳐졌다. 글을 작성한 누리꾼이 소위 꼰대라는 의견과 비싼 음료를 주문한 신입생 후배가 문제라는 의견으로 갈렸기 때문이다.


해당 글에 댓글을 남긴 이들 중 일부는 선배인 글 작성자를 향해 "피곤하고 복잡하게 산다"며 "차라리 사질 말거나, 비싼 거 먹지 말라고 말을 해라"라고 지적했다.


본인이 산다고 말을 했으면 이미 본인의 선을 떠난 일이기 때문에, 따지지 말고 주문하는 사람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산다고 생색은 내면서 싼 메뉴 시키지 않으면 눈치 주는 것만큼 치사한 일이 없다"며 "이왕 같이 먹고 시간 보낼 거라면 먹고 싶은 것 먹게 하는 게 좋지 않냐"는 반응을 보였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그러나 반대 목소리가 더 컸다. 대다수 누리꾼은 "적당 선은 있어야 하지 않냐"며 사연 속 후배의 행동이 문제라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욕심은 많으면서 눈치나 염치가 부족한 사람들이 주로 이렇게 행동하더라. 당사자만 모르지, 그럴 때 다들 어색하게 눈빛 주고받는다"라고 금전적인 문제가 아닌, 인간 사이 배려 문제임을 강조했다.


한 누리꾼은 "보통 먹는 음식의 10% 내외 금액 차이라면 상관없지만 20~30% 넘게 비싼 메뉴를 주문한다면 이기적인 것 같다"고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른 의견을 가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난 그 가운데, 평화주의자(?) 누리꾼들만이 "애초에 '아싸'가 편하다"라며 산뜻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는 '웃픈'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