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천 기자 = 얼마 전 할아버지뻘 택시기사에게 동전을 던지고 폭언을 퍼부어 사망에 이르게 한 일명 '동전 택시기사 사건'을 두고 '살인이다, 아니다'로 갈려 논란이 됐었다.
어디까지가 '살인'에 해당되는 것일까.
법적으로 '살인'은 '상대를 죽일 목적을 가지고 사망에 이르게 한 행위'를 뜻한다. 고의로 누군가를 죽일 의도가 있어야 살인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살인할 의도 없이 폭행했는데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가해자는 '폭행치사'로 처벌받는다. 이와 유사하게 상해 의사와 상해행위로 결국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상해치사'가 된다.
이러한 기준을 놓고 봤을 때 동전 택시기사 사건은 '살인'은 물론 '치사'로도 보기 어렵다는 게 수사기관의 판단이다.
살인이나 상해의사가 있다고 판단하기도 어려운데다가 동전을 던진 행위를 상해나 폭행행위로 단정짓는 것도 어렵다. 폭행 또는 상해행위로 인정해도 그 행위와 피해자의 죽음이라는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피해자가 사망한 결과가 발생했기에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어렵거나 경미할 경우 국민 감정상 납득하기 어렵다.
살인 혐의 적용을 놓고 논란된 사건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피해자는 사망했지만 가해자는 살인 혐의를 적용받지 않아 많은 이들을 공분케 했던 사건은 이전부터 많았다.
오늘은 그 사건들을 다루고자 한다. 그동안 '살인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된 국내 사건 중 세가지를 소개한다. 일부 사건은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영광 여고생 성폭행 사망 사건
A(18) 군과 B(17) 군은 지난해 9월 13일 새벽, 영광군에 위치한 한 모텔에서 고등학교 1학년인 C(17) 양에게 술을 먹인뒤 성폭행했다. 이후 A군과 B군은 C양을 방치하고 모텔을 떠나 사망케 했다.
부검 결과 C양의 시신에서는 혈중알코올농도 0.405%가 검출됐다. 이 수치는 뇌가 마비돼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다.
하지만 법원은 A군과 B군에게 적용된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봤지만 치사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군 등이 사망 가능성을 예상하고도 C양을 방치한 채 모텔을 빠져나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A군과 B군은 각각 징역 장기 5년, 4년, 단기 4년 6개월, 3년 6개월을 받았다.
동거녀 살해 암매장 사건
A(41) 씨는 지난 2012년 9월 음성군 한 원룸에서 자신과 교제하던 B(사망 당시 36세) 씨를 폭행해 살해한 뒤 인근 밭에 콘크리트를 부어 암매장했다. 살해 이유는 헤어지자는 통보 때문이었다.
경찰은 A씨가 B씨를 살해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범행 4년 만인 지난 2016년 10월 살해된 B씨의 백골 시신을 발견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폭행치사와 사체은닉죄가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범행을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으며 유족과 합의가 있었다"는 이유로 2년이 감형됐다.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
A(15) 군 등 4명은 지난해 11월, 또래 중학생인 B(사망 당시 14) 군을 아파트 옥상으로 끌고 가 집단 폭행했다. 이들은 B군의 입에 가래침을 뱉고 바지를 벗게 하는 등 성적 수치심을 줬다.
폭행당한 B군은 "이렇게 맞을 바에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말한 뒤 같은 날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됐다.
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군 등 4명은 변호인을 통해 "폭행이나 상해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 또한 "폭행과 상해 부분은 인정하지만 피해 학생이 사망할 것이라고 예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들에 대해서는 형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