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김서윤 기자 = 퇴근 후 식당에서 밥을 먹다 말고 방화복도 없이 사복을 입은 채로 화재를 진압한 소방관들이 시민 100여명의 목숨을 구했다.
9일 인천 중부소방서에 따르면 화재는 8일 오후 8시10분 쯤 인천시 동구 송현동에 위치한 열쇠 제작 점포에서 발생했다.
화재를 처음 목격한 건 정기영(41) 중부소방서 소방위였다.
그는 퇴근 후 동료들과 식사를 하다가 태어난 지 1개월 된 딸을 돌보기 위해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귀가했다.
집으로 발길을 향하던 그는 식당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불이 난 것을 발견했다.
그는 곧바로 건물로 들어가 옥내 소화전으로 불을 끄면서 지나가던 행인들에게 119 신고 요청을 하고 근처에서 함께 식사하던 송현안전센터 동료들에게 지원 요청을 했다.
마침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동료 6명은 밥을 먹다 말고 한걸음에 달려와 진화 작업에 동참했다.
정기영 소방위가 아니었으면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50㎡ 남짓한 점포에서 시작된 불은 바로 옆 8층 상가 건물로 번질 기세였다.
당시 이 건물 안에는 PC방·노래방·당구장·독서실 등에 100여명이 있어 불이 건물로 옮겨 붙을 경우 대형 인명 피해도 발생할 수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동료들은 패딩점퍼 사복을 입은 채 불길 바로 앞에서 방수 호스를 손에 쥐고 불길을 잡았다.
일부는 옆 건물 3∼4층으로 올라가 유리창을 깨고 그 층의 소화전 방수 호스로 열쇠점포를 향해 물을 뿌리며 화재가 확산되는 것을 막았다.
나머지는 건물 내 PC방·노래방 등을 돌며 시민들의 신속한 대피를 도왔다.
조금 뒤 중부소방서 대원들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하면서 불은 15분 만인 오후 8시26분쯤 완전히 꺼졌다.
이번 화재로 열쇠 점포 주인 이모(81·여) 씨가 발등에 열상을 입었지만 치료를 받고 귀가했고 다른 인명 피해는 크게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정 소방관과 동료들의 적극적인 대처 덕분에 화재가 크게 번지지 않고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