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이경은 기자 = 환자가 휘두르는 칼에 목숨을 위협받던 순간에도 자신의 안위보다 동료의 안전을 먼저 생각한 故 임세원 교수.
어머니는 동료를 지키려다 칼에 찔려 끝내 목숨을 잃은 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지난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울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 임 교수의 발인이 엄수됐다.
이날 동료들은 참담한 표정을 고인의 곁을 지켰고, 임 교수에게 치료를 받았던 정신질환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모여들었다.
고인의 두 아들이 위패와 영정 사진을 들고 나오자 영결식은 순식간에 비통함에 젖어들었다.
자리에 모인 이들이 묵념으로 임 교수의 넋을 달래는 가운데 고인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건네는 마지막 인사가 긴 침묵을 깨고 울려 퍼졌다.
마지막 작별의 순간, 어머니는 아들에게 "세원아, 우리 아들 올바르게 살아줘서 고맙다"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 순간 동료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고, 적막이 흐르던 장례식장은 울음소리로 가득찼다.
앞서 임 교수는 지난달 31일 양극성정동장애(조울증)을 앓던 환자 박모(30) 씨와 면담 도중 흉기에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렸다.
당시 진료실에는 대피 공간이 마련돼 있었음에도 동료 간호사가 걱정됐던 임 교수는 진료실을 뛰쳐나와 "모두 도망치라"고 외치다가 박씨가 갑자기 휘두른 흉기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평소 임 교수가 우울증으로 인한 정신질환자들의 자살 예방을 위해 힘써 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게다가 유족들은 고인이 평생 환자들을 염려해 온 그 뜻에 따라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퍼져서는 안 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