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간 설사'했다고 알렸는데 검사없이 메르스 감염자 통과시킨 공항검역관

해외 질병 유입을 막는 첫 관문인 공항검역소에서 메르스 의심 환자를 격리없이 입국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입력 2018-09-10 07:21:42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국내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공항검역관이 메르스 의심 환자를 별다른 조치없이 입국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 A(61)씨는 지난달 16일 쿠웨이트 출장을 떠났다가 두바이를 경유해 지난 7일 입국했다.


이날 오후 4시 51분께 비행기에서 내린 A씨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휠체어로 이동했다.


당시 A씨는 공항 검역소에 '건강상태질문서'를 제출하며 열흘간 설사를 했다고 밝혔다. 중동지역 여행객의 경우 질병 의심 증상 등을 기록한 질문서를 제출해야 한다.


메르스의 주요 증상으로는 발열, 기침, 호흡기 증상, 인후통, 구토·설사 등이 있다. 검역관은 이를 토대로 질병 의심환자를 격리한다. 


하지만 검역관은 A씨의 몸상태를 보고 '다른 증상은 없냐', '약을 먹고 있느냐' 등을 물은 뒤 A씨가 '지금은 괜찮다'고 하자 검역소를 통과시켰다.


14일 이내에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신고하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건넨 것이 전부였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질본은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없어 설사 하나로는 메르스를 의심하기 어렵다며 A씨를 통과시킨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2015년 감염자 가운데 25.8%는 발열 증상이 없었으며, 기침이나 가래,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공항 방역망은 해외 유입 감염병을 막는 첫 관문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번 사태를 두고 검역소에서 질병 확산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한편 A씨는 대중교통이 아닌 택시를 타고 곧바로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A씨는 자신이 중동에 다녀왔으며 복통과 설사를 앓고 있다고 알렸다.


병원 측은 A씨를 메르스 의심 환자로 보고 보건당국에 신고했으며 이후 하루가 채 지나기 전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만약 A씨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가 일상적인 활동을 했다면 접촉자가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대병원 측은 "A씨가 최선의 판단으로 최선의 조치를 했다"며 "감염병을 막는 데는 보건당국과 의료기관뿐 아니라 시민의 현명한 대응도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