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토)

불법주차 막겠다며 장애인도 주차 못하게 전용칸 좁게 그린 아파트

보배드림 


[인사이트] 황규정 기자 =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차를 댈 수 없도록 폭을 줄여 논란이 일었다.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장애인 구역에 불법 주차를 하다 신고당하자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 같다며 공분을 터트렸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아파트 주차장에 표시된 장애인 전용주차 구역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올라왔다.


주차칸은 한 눈에 봐도 소형차는커녕 경차조차 진입할 수 없을 만큼 좁다.


해당 사진을 올린 누리꾼 A씨는 "이사 오고 난 후 장애인 주차장 넘어가며 주차하는 주민들을 다 신고했는데, 하도 신고해서 그런지 장애인 주차장 폭을 줄여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실제로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인천 계양구에 위치한 해당 아파트는 지난 4월부터 장애인 주차구역을 두고 주민들 사이에서 갈등을 빚어왔다.


장애인 주차구역에 비장애인 주민이 차를 대면서 이를 신고하는 사례가 늘어났고, 이후 '장애인 주차구역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신고를 당하느니 차라리 없애자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회의에 안건 돼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관리사무소는 갈등을 잠재우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장애인 주차칸의 폭을 좁혔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오히려 이러한 조치가 아파트 주민들의 화를 키웠다.


당초 장애인칸에 주차한 비장애인 주민의 잘못이지만, 이를 실제 주차칸을 사용해야 하는 주민들의 불편으로 떠넘겼기 때문.


논란이 일자 해당 아파트는 지난 21일 원래 규격대로 장애인 주차선을 다시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꾼들은 "장애인 주차구역 없앤 건 불법 아니냐", "잘못은 비장애인이 하고 피해는 애꿎은 장애인만 보고 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함께 분노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현행법에 따르면 장애인 주차구역 의무화는 2005년 7월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에만 해당한다.


문제가 된 해당 아파트는 1997년 완공으로, 사실상 장애인 주차구역을 없애도 불법은 아니다.


이 같은 조항 때문에 실제 일부 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장애인 주차구역을 없애버리는 경우도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장애인 차별의 우려가 있다'며 주차구역 설정을 권고하고 있으나 강제성은 없다.


다만, 불법 여부를 떠나 이번 사안을 두고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약자를 향한 배려가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