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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년 전 오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 외친 강원도 산골 소년이 입 찢어진 채 살해당했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답한 뒤 오른쪽 입술 끝부터 귀밑까지 찢어진 채 시신으로 발견됐다.

인사이트이승복 기념관


[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1968년 12월 9일. 강원도 평창의 한 시골 마을에 살던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이 학생은 죽기 직전 살인자로부터 한 가지 질문을 받았다.


"남조선이 좋으냐, 북조선이 좋으냐"


여기에 이 학생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답했고, 잠시 후 오른쪽 입술 끝부터 귀밑까지 찢어진 채 시신으로 발견됐다.


인사이트이승복기록영화 / 이승복 기념관


이 어린 학생의 이름은 이승복. 그를 잔인하게 살해한 이들은 한 달 전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사건 때 북한에서 내려온 간첩이었다.


이날 이승복의 가족들도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흉기로 36곳을 찔린 뒤 가까스로 살아남은 형 이학관(당시 16세), 이웃집 이사를 돕다가 뒤늦게 칼에 찔린 아버지, 그리고 할머니를 제외하고 일가족 4명이 같은 날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살아남은 가족들도 일가족이 처참히 살해되는 끔찍한 사건을 겪은 후 정신 질환으로 평생을 보내다 눈을 감았다.


인사이트1968년 12월 11일 조선일보 보도


이 끔찍한 일은 3일 뒤 조선일보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조선일보는 현장을 목격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형 이학관의 증언을 인용하여 "무장공비가 가족을 몰아넣고 북괴의 선전을 하자 이승복이 '우리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대답하여 공비들이 이승복의 입을 찢고 가족들을 몰살시켰다"고 보도했다.


이후 과거 남북 대립이 극에 달하자 이승복의 이야기가 반공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교과서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일부 초등학교에는 동상이 건립되기도 했다.


인사이트뉴스1


그러나 1992년 조선일보의 조작 보도였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제6차 교육 과정부터 이승복의 이야기는 더이상 교과서에 등장하지 않게 됐다.


긴 공방 끝에 2009년 대법원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말에 정확한 근거가 없지만 살아남은 형 이학관의 증언에 충분한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판결했다.


또한 무장공비 일원 중 한 명인 김익풍 씨가 같은 해 이승복의 묘지를 찾아 추도사를 건네는 등 유가족에게 공개적으로 사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