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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들이 고교 3년 내내 '학폭'을 한 가해자 장례식장에 찾아갔습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학폭을 당한 아들은 가해자의 장례식장에서 난리를 피웠다.

인사이트OCN '구해줘'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스무 살 남성의 이른 죽음으로 비통한 감정이 모여있는 장례식장.


동갑으로 보이는 청년 한 명이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칼이 쥐어져 있었다. 그는 칼로 갑자기 죽은 남성의 영정사진을 난도질했다.


"잘 죽었어! 더 일찍 죽지 그랬냐. 고맙다 죽어줘서!"


그 외침 이후 그는 장례식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경찰에 체포될 정도로 난리를 피웠다. '형사·민사' 고소를 당하게 된 그 청년이 어쩌면 평생 욕을 먹을 이 행동을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연은 이렇다.


인사이트OCN '구해줘'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장례식장에 가 영정사진을 칼로 찢어버린 아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극 하나가 올라왔다.


사연 게시자 A씨의 아들은 학교폭력 피해자였다. 무려 고등학교 3년 내내 남자 동급생들에게 학폭을 당한 것이다.


여성스러운 면이 있는 아이를 또래 남자애들은 그냥 놔두지 않았다. "저 XX 하리수다"라는 말부터 "고X가 없고, 자궁이 달렸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남자들만 모여있는 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상상 이상의 폭행을 3년 동안 당해야 했다. 결국 졸업을 하지 못하고 자퇴를 했을 정도였다.


그러던 얼마 전, '왕따 주도자'였던 학생이 사고로 죽었다고 한다. 그때 A씨의 아들은 그 장례식장으로 찾아가 위에 설명된 난리를 피웠다.


인사이트SBS '상속자들'


A씨는 "장례식장 비용을 모두 물어줘야 하고, 민사 소송까지 걸겠다고 하더라"면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 아빠는 '네가 그러니까 평생 왕따나 당하지'라며 때리려고 하던 걸 겨우 말렸다"며 "내가 죽으면 이 아이는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이 사연을 접한 뒤 대체적으로 아들이 잘한 건 아니지만 이해가 간다고 반응했다. 평생 지울 수 없는,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학창시절에 당한 폭력의 울분을 그렇게라도 푸는 건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 시민은 평생 상처 입은 아들이 평생의 한을 푼다는데 그깟 뒷수습 하나 못해주냐고 말하기도 했다. 아이 아빠의 반응을 나무라는 시민도 있었다.


인사이트tvN '기억'


실제 학교폭력은 피해자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남긴다. 가해자는 웃고 떠들고 떵떵 거리며 잘 살게 돼도 피해자는 늘 마음 한 켠에 아픔을 간직하고 사는 게 보통이다.


2017년에는 키움 히어로즈 소속 신인 투수 안우진이 '학폭 가해자'라는 게 밝혀지면서 논란이 됐고, 최근에는 프로듀스X101 윤서빈 연습생과 잔나비 멤버 유영현, 씨스타 효린이 논란이 됐다.


사람들은 학폭 가해자에게 절대로 '쉴드'를 치지 않는다. 덕후조차도 '피의 쉴드'를 거부하는 게 학폭이다.


자고 일어나면 머릿속에 떠오를 학폭의 아픔을 부모가 먼저 보듬어주는 게 필요해 보인다. 


인사이트잔나비 전 멤버 유영현(가운데)은 '학폭' 논란이 일자마자 팀을 탈퇴했다. / V라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