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강경파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현재의 국제 정세를 세계대전 직전의 상황에 빗대며 핵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4월 30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안보 관련 강연에서 "불행히도 지역적 분쟁은 종종 세계적 분쟁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이어 "지금은 제1차 세계대전 이전 시대, 또는 어느 정도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인 1930년대와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2인자'로 불리는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제재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유럽연합(EU)을 향해 "멍청이들이 이끌고 있다"는 거친 표현을 썼다.
그러면서 "EU는 수십 년에 걸쳐 쌓아 올린 것들을 무너뜨리는 중"이라며 "러시아와의 전쟁에 집착하는 파괴적이고 극단적인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과거 서방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시절에 대해서는 "과거 우리는 이웃 나라나 서방 세계와의 관계를 장밋빛 안경을 통해 바라봤지만 환상이 무너졌다"며 당시의 판단이 착오였음을 시사했다.
특히 미국을 향한 경고의 수위도 높였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미국의 전략 핵무기가 우리를 겨냥하고 있고, 우리 핵무기도 미국을 겨누고 있다"며 "불행하게도 핵 전쟁은 현실적인 가능성"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핵전쟁 위협을 과소평가하는 이들을 겨냥해 "이를 깨닫지 못하는 이는 몽상가이거나 바보"라고 일갈하면서도 "나는 진심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학 교수 출신인 그는 푸틴 대통령의 두 차례 임기 동안 행정실 주요 보직을 거친 최측근이다.
2008년 푸틴이 헌법상 3연임 제한으로 출마하지 못하자 대통령직을 이어받았고, 2012년 임기를 마친 뒤 푸틴에게 권력을 넘기고 총리로 물러났다.
2020년부터는 대통령 다음의 실권자로 통하는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을 맡으며 러시아의 안보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