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4시, 서울 성수동 음악 복합문화공간 성수율(SEONGSU YUL)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조용한 낯섦이었다.
성수 특유의 활기와 바깥 거리의 소음은 분명 가까이에 있었지만, 문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는 순간 공기의 밀도가 달라졌다.
이곳은 제품을 진열해두고 설명을 듣는 일반적인 가구 팝업이 아니었다. 침대 위에 누워 음악을 듣고, 영상을 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체험하는 공간이었다.
퍼시스그룹 생활가구 전문 브랜드 일룸은 성수율에서 모션베드 체험 팝업 '더 모션 클럽(The Motion Club)'을 운영 중이다.
이번 팝업은 배우 변우석과 함께한 '모션(MOTION) — 문제가 있었다' 캠페인의 연장선에서 기획됐다. 온라인 캠페인으로 불러낸 모션 가구에 대한 관심을 실제 오프라인 경험으로 확장하겠다는 취지다.
핵심 키워드는 '멍잠'이다. 잠든 것도, 완전히 깨어 있는 것도 아닌 상태. 몸은 이완되고 생각은 느슨해지는 그 중간 지점을 일룸은 모션베드 위에 구현했다.
방문객은 침대에 누워 음악과 영상 콘텐츠를 감상하고, 자세를 바꿔가며 자신에게 맞는 휴식의 각도를 찾아간다.
처음 모션베드에 몸을 맡겼을 때는 약간의 어색함이 있었다. 팝업 공간 한가운데에서 침대에 눕는다는 행위 자체가 일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등받이가 천천히 올라오고 다리 쪽이 부드럽게 받쳐지는 순간, 몸의 긴장이 빠르게 풀렸다. 앉아 있는 것도, 완전히 누워 있는 것도 아닌 자세가 만들어지자 시선은 자연스럽게 눈앞의 영상과 공간으로 향했다.
잠시 뒤에는 이곳이 성수의 한복판이라는 사실이 흐려졌다. 누워서 영상을 바라보고 있으면 일상의 고단함에서 한 걸음 떨어져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머릿속을 채우던 생각들이 조금씩 느슨해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화면을 '본다'기보다 그 안에 떠 있는 듯한 감각에 가까워졌다.
통창을 향해 누워 있을 때는 바깥 풍경마저 하나의 장면처럼 다가왔다. 침대 하나가 나만의 영화관이 되고, 음악은 그 영화관의 배경음이 됐다.
공간의 재미는 제품 체험을 노골적으로 앞세우지 않는 데 있다. 이곳에서 모션베드는 기능을 설명하는 대상이 아니라 경험을 담는 그릇에 가깝다.
방문객은 리모컨을 조작하며 침대의 움직임을 확인하지만, 곧 버튼보다 자세에 집중하게 된다.
어떤 각도에서는 책을 읽고 싶어지고, 또 다른 각도에서는 눈을 감고 음악만 듣고 싶어진다. 제품의 기능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사용자의 휴식 방식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구조다.
특히 영상과 음악이 결합된 '멍잠' 프로그램은 모션베드의 성격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누운 자세에서 눈앞의 화면을 바라보고 있으면 현실감이 조금씩 희미해진다. 어느 장면에서는 꿈속을 걷는 듯했고, 또 어느 순간에는 몸이 작아져 자연 한가운데 놓인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높은 나무와 풀숲 사이에 난쟁이가 되어 쉬고 있는 듯한 감각, 혹은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작은 숲속 영화관에 들어온 듯한 감각이 겹쳤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공간에 누워 있는 다른 사람들의 존재다.
보통 전시장에서는 각자가 제품을 둘러보고 지나가지만, 이곳에서는 모두가 비슷한 자세로 누워 같은 음악을 공유한다.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소리를 듣고 같은 속도로 쉬고 있다는 감각이 생긴다. 침묵이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공간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처음에는 주변을 살피던 사람들이 점차 몸을 깊숙이 기대고, 어떤 이는 눈을 감고, 어떤 이는 편안한 자세를 찾아 오래 머물렀다.
누군가는 영상을 보고 있었고, 누군가는 거의 잠든 듯했다. 팝업이라는 단어가 주는 분주함과 달리, 이곳의 체류 방식은 느리고 조용했다.
연인끼리 방문해도 어울릴 공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함께 누워 음악을 듣고 영상을 보는 경험은 일반적인 데이트 코스와는 결이 다르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고, 무엇인가를 계속 소비하지 않아도 된다. 각자의 침대 위에서 같은 음악을 듣거나, 나란히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 된다.
성수의 카페와 편집숍을 걷다 잠시 속도를 늦추고 싶은 이들에게도 잘 맞는다.
일룸은 이번 팝업에서 밴드 ADOY, 가수 오존, 포크라노스, 아시안팝페스티벌, 시인 황인찬·이제야, 인요가 강사 최예슬 등 총 11개 팀과 협업해 날짜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라이브 공연과 시네마, 요가, 낭독회 등은 모두 모션베드 위에서 경험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성수율 3층에서는 음악과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멍잠' 프로그램이, 5층 루프탑 가든 라운지에서는 시와 음악을 결합한 '멍잠의 서재, 눕서'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된다.
'더 모션 클럽'이 흥미로운 이유는 가구를 체험하는 방식을 바꿔놓았다는 점이다. 침대의 편안함을 말로 설명하는 대신, 방문객이 직접 눕고 멍해지고 쉬게 만든다.
모션베드가 단순히 등받이가 움직이는 침대가 아니라, 음악을 듣는 좌석이자 영화를 보는 관람석이자 나만의 휴식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험하게 되는 이번 팝업스토어는 오는 5월 10일까지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