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30억원 상당의 서울 아파트를 자녀에게 5억원 낮은 가격에 넘긴 뒤 다시 전세 계약을 맺고 거주를 이어간 사례가 정부 조사에서 적발됐다. 가족 간 저가 거래와 편법 증여, 사업자 대출 유용 등 부동산 거래 위법 의심 사례가 서울과 수도권에서 무더기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서울과 경기 지역 주택 거래를 기획조사한 결과, 위법 의심 거래 746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한 거래에서 여러 위반 의심 정황이 함께 발견된 사례를 포함하면 위법 의심 행위는 모두 876건으로 집계됐다.
조사에서 확인된 대표 사례는 가족 간 저가 거래였다. 30억원 상당의 서울 아파트를 보유한 A씨는 지난해 해당 주택을 시세보다 5억원 낮은 가격에 자녀에게 매도했다. 이후 자녀와 17억원 규모의 전세 계약을 다시 맺고 기존 주택에 계속 거주했다. 국토부는 이를 특수관계인 간 저가 거래로 보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세법상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서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이 적용되면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가장 많이 적발된 유형은 편법 증여와 가족 등 특수관계인 간 과도한 차입이었다. 관련 의심 사례는 572건에 달했다. 부모나 가족에게서 돈을 빌렸다고 신고했지만 실제 상환 능력이나 이자 지급 구조가 불분명한 경우, 법인이나 특수관계자로부터 과도한 자금을 빌린 경우 등이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초고가 아파트 거래에서도 자금 출처 의심 정황이 나왔다. 117억5000만원 상당의 서울 아파트를 매수한 한 개인은 자신이 이사로 재직 중인 법인에서 67억7000만원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는 특수관계인으로부터 과도한 자금을 차입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국세청에 관련 내용을 넘겼다.
계약 가격이나 계약일을 허위로 신고한 사례도 191건 확인됐다. 실제 거래 가격과 다르게 신고하거나 계약 체결일을 사실과 달리 적어 신고한 경우다. 허위 신고가 확인되면 취득가액의 10% 이내에서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사업자 대출을 주택 매입에 사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한 개인사업자는 기업 운영자금 명목으로 7억원을 대출받은 뒤 이를 18억원 상당의 주택 매입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는 대출 용도 위반으로 보고 금융위원회에 통보했다. 위법성이 확인되면 대출금 회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대출금 유용 의심 사례는 99건이었다.
명의신탁 등 부동산실명법 위반 의심 사례도 1건 적발됐다. 부동산실명법 위반이 확인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중개 과정의 위법 의심 행위도 조사망에 걸렸다. 한 공인중개사는 36억원 규모의 아파트 거래를 중개하면서 법정 상한액을 초과해 3500만원의 중개보수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 특별사법경찰은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정부는 부동산 거래 조사 범위를 계속 넓히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12월 사이 서울과 경기에서 이뤄진 거래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며, 올해 신고된 거래 역시 점검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 전반에 대해 통합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받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위법 사례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