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재건축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꼽히는 압구정5구역 수주전이 현대건설과 DL이앤씨의 정면 대결로 좁혀졌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라는 지역의 기억과 고급 주거 상품을 앞세웠고, DL이앤씨는 공사비와 금융 조건, 상가 수익 등 조합원 부담과 직결되는 항목을 전면에 세웠다.
압구정5구역은 압구정한양1·2차를 통합 재건축해 최고 68층, 공동주택 1397가구 규모로 짓는 사업이다. 한강변 입지와 강남권 학군, 압구정이라는 상징성이 맞물려 올해 정비사업 시장의 핵심 사업지로 꼽힌다.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는 1조4960억원 수준이다.
현대건설은 단지명으로 '압구정 현대 갤러리아'를 제안했다. 기존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보다 압구정 일대에 축적된 '현대'의 지역성을 전면에 내세운 선택이다. 앞서 수주한 압구정2구역에 3·5구역까지 연결해 압구정 일대를 하나의 현대 브랜드 타운으로 묶겠다는 구상도 담겼다.
상품 전략도 브랜드 이미지에 맞춰 짜였다. 현대건설은 현대자동차그룹과 협업해 수요응답형 교통인 DRT 무인셔틀, 비대면 배송 로봇, 주차 로봇 등을 도입하겠다고 제안했다. 전 세대 한강 조망, 3m 천장고, 대형 커뮤니티, 한화갤러리아와 연계한 멤버십도 함께 제시했다. 압구정이라는 입지에 미래 주거 기술과 고급 소비 경험을 결합한 방식이다.
DL이앤씨의 전략은 조건에 무게가 실렸다. 단지명은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한 '아크로 압구정'으로 제시했지만, 수주 제안의 중심에는 공사비와 금융 조건이 놓였다. DL이앤씨는 평당 1139만원의 확정 공사비를 제안했다. 이는 조합 예정 공사비보다 평당 100만원 이상 낮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금융 조건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필수사업비 가산금리는 0%, 분담금 납부는 입주 후 최대 7년까지 유예하는 방안이다. 이주비 대출 한도는 LTV 150% 적용을 내걸었다. 공사비 상승과 금리 부담이 정비사업의 주요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조합원 자금 부담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 조건이다.
상가 수익 확대도 DL이앤씨가 내세운 카드다. 상가 건축 공사비를 조합원 부담에서 덜고, 상가 면적을 늘려 세대당 약 6억6천만원 수준의 추가 수익 효과를 제시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단지명과 설계뿐 아니라 실제 부담금, 납부 시점, 금융비용, 상가 분양 수익까지 함께 따져야 하는 구조다.
입찰 과정에서 불거졌던 특정 사건은 봉합됐고, 시공사 선정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시공사 선정 총회는 다음 달 30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