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이 베트남 전력망 고도화와 고압전동기 생산기지 구축을 동시에 추진한다. 효성이 2008년 베트남에 진출한 뒤 섬유·소재 중심으로 쌓아온 현지 사업 기반이 전력 인프라 분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강조해 온 베트남 장기 투자 전략도 생산 거점 확보를 넘어 현지 산업 고도화에 참여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24일 효성에 따르면 지난 23일 효성중공업은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베트남전력공사(Vietnam Electricity, EVN)와 전력 자산 관리, 전력망 안정화,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EVN은 베트남 전력망을 담당하는 핵심 공기업이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효성중공업은 베트남 전력망 운영 효율과 안정성을 높이는 솔루션 협력에 나선다.
베트남은 제조업 투자 확대와 산업화, 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산업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지면서 전력계통 안정성 확보도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효성중공업은 이 시장에서 단순 기자재 공급을 넘어 전력망 관리와 안정화 솔루션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협력 분야에는 AI 기반 전력 자산 관리 솔루션 "ARMOUR+" 시범 적용, STATCOM 도입 확대를 통한 전력망 안정성 제고, EVN 산하 전력기자재 자회사인 동안전기설비공사(EEMC)의 설계·제조 역량 강화를 위한 기술 교육·훈련 지원 등이 포함됐다. 전력 설비를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운영, 진단, 안정화, 인력 양성까지 묶은 협력 구조다.
고압전동기 생산기지 투자도 함께 진행된다. 효성중공업은 같은 날 베트남 재정부 산하 외국인투자국 투자유치센터(Investment Promotion, Information and Support Center, IPC)와 고압전동기 공장 신축 투자 지원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효성중공업은 약 5천만달러(한화 약 741억 3500만원)를 투자해 동나이성 비나 기전 공장 부지에 연간 매출 1억 달러 규모의 생산기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새 공장은 원자력 발전소와 플랜트 등 대형 산업설비에 쓰이는 2만5000kW급 고압전동기 생산 설비를 갖춘다. 양산 목표 시점은 2027년 2월이다. 효성중공업에 따르면 이번 공장은 베트남 최초의 고압전동기 생산기지로 추진된다. 회사는 외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고압전동기 생산 전 과정을 베트남에서 수행하는 체계를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효성중공업은 이미 2015년 약 42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468억 8천만원)를 투자해 베트남에 저압 전동기 생산기지와 현지 공급망을 구축했다. 이번 고압전동기 공장 신설은 기존 저압 전동기 중심의 생산 체계를 고부가 산업설비용 제품으로 확장하는 투자다. 전동기 사업 포트폴리오가 넓어지는 동시에 베트남 현지 생산기지의 역할도 커진다.
효성의 베트남 투자는 단기간에 이뤄진 프로젝트가 아니다. 효성은 2008년 베트남 진출 이후 전 사업 부문에 걸쳐 약 40억달러(약 5조 9300억원)를 투자했다. 동나이성, 바리우붕따우성, 꽝남성, 박닌성 등 베트남 남부·중부·북부에 6개 생산기지를 구축했고, 현지 임직원 1만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효성에 따르면 회사는 베트남에 투자한 한국 기업 가운데 세 번째 규모로 평가받고 있다. 현지 법인 매출도 베트남 전체 수출의 1%에 육박한다. 베트남이 효성의 글로벌 생산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커진 셈이다.
이번 MOU 2건은 효성의 베트남 사업이 한 단계 더 넓어지는 분기점으로 볼 수 있다. 과거 베트남 투자가 섬유와 소재, 생산기지 구축에 무게를 뒀다면, 이번 협력은 전력망 안정화와 고압전동기 생산이라는 산업 인프라 영역으로 향한다. 베트남의 산업 성장에 필요한 전력 기반을 효성중공업이 함께 구축하는 구조다.
조현준 회장은 "이번 협약은 효성이 베트남에서 섬유에 이어 중공업 부문까지 사업 기반을 확대하는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베트남과 함께 글로벌 파트너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