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21일 살상무기 수출 규제의 빗장을 완전히 풀며 '평화국가' 정체성의 거대한 전환을 선언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은 이날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방위장비 이전 3원칙'과 운용지침 개정을 전격 결정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무기 수출 범위를 5가지 용도로 제한했던 기존의 '5유형' 체계를 폐지하고, 사실상 모든 무기의 수출 길을 열어준 데 있다.
새로운 지침에 따르면 일본의 무기 체계는 전투기, 호위함, 잠수함, 미사일 등을 포함한 '무기'와 살상 능력이 없는 '비무기' 단 두 가지로만 단순화된다. 특히 지침에 "이전을 원칙적으로 가능케 한다"고 명기함으로써 전면적인 수출 허용 방침을 공식화했다.
헌법 제9조 평화주의에 따라 무기 수출을 금지해오다 2014년 아베 정권 당시 일부 허용한 이후, 12년 만에 살상무기 수출의 족쇄를 완전히 벗어던진 셈이다.
일본 정부는 무기 수출이 "나라의 안보를 확보하고 국민의 생명·자유 및 행복 추구권을 보호하는 데 필수적인 정책 수단"이라고 강변했다.
구체적으로는 동맹국 및 우방국과의 억지력 강화, 방산 생산 기반 공유를 통한 상호 지원 환경 구축, 유사시 국내 생산 능력 확보 등을 지침 개정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수출 대상은 일본과 방위장비 협정을 맺은 17개국으로 한정했으나, 안보상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교전 중인 국가로의 수출 가능성도 열어두는 예외 조항을 뒀다.
국회의 견제 기능은 사실상 마비될 전망이다. 무기 수출 시 국회 통보를 사후 서면으로 갈음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예외적 수출이 허용되는 특별한 사정에 대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군이 일본 장비를 필요로 할 경우" 등을 언급하면서도, 향후 우크라이나 등과 협정을 맺어 수출 대상국을 추가할 여지를 남겨두었다. 도쿄신문 등 현지 언론은 이번 결정이 전후 일본 안보 정책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