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0일 4년의 임기를 마치고 한은 별관에서 이임식을 가졌다. 퇴임 현장에서 이 총재는 재임 기간 중 가장 보람찼던 순간으로 '계엄 사태 직후의 대응'을 꼽으며 소회를 밝혔다. 그는 "계엄 사태 직후 하나님이 나를 이 일을 하라고 보내셨다고 느꼈다"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이 총재는 특히 외신 대응 과정에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제대로 작동하면 경제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메시지를 외신 인터뷰에서 전달했고 생각보다 잘 작동했다"며 "해외에 오래 있었던 경험과 관계가 도움이 됐고 그 부분은 제일 많이 기여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다만 상황 악화 이후 헌재의 기능 부재를 우려하는 질문이 쏟아졌을 때는 답하기 어려웠다며 당시의 압박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지점으로는 2024년 제기된 '조기 금리 인하 실기론'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한동안은 왜 금리를 안 낮추냐고 비판받았고 지금은 반대로 금리 때문에 환율과 부동산 시장이 올랐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양쪽에서 비난받는 걸 보니 금통위원들이 중간으로 잘 결정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의 딜레마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금리를 안 올리는 것도 굉장히 용기 있는 결정"이라며 "상황이 매일 바뀌고 있어 방향을 정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부동산 문제는 이번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고 정책을 오래 지속해서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며 "젊은 사람들이 집을 못 구하는 문제는 저출산과 사회갈등, 미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고 우려를 표했다.
과거 논란이 됐던 '서학개미' 발언에 대해서도 "지금도 다시 하라면 같은 취지로 말했을 것"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내국인 해외 투자가 환율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고 이후 국민연금 해외 투자 등이 공론화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퇴임 후 행보에 대해서는 경제 전반에 대한 목소리를 계속 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총재는 "연구뿐 아니라 경제 평론과 자문을 할 생각"이라며 "대학 교수직은 성적 매기는 게 싫어서 지금은 안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유튜브 채널 개설설에 대해서는 농담이 와전된 것이라고 일축하면서도 "가만히 있으면 알아주는 세상이 아니기에 앞으로도 필요하면 계속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