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09일(목)

정지선 회장 가족에 간 현대그린푸드 지분, 증여 직후 300억원대 담보대출... 여전히 전량 담보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지난해 가족에게 넘긴 현대그린푸드 지분이 증여 직후 수증자 전원의 전량 담보 설정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를 "정지선 회장 보유 개인 재산에 대한 단순 증여"이자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설명했지만, 이후 공개자료상 거액 대출이 뒤따랐고 올해 3월 기준으로도 이들이 다시 100% 담보 제공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당시 설명만으로는 이 흐름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는다. 


앞서 정 회장은 2024년 7월 자신이 보유하던 현대그린푸드 지분 12.67%, 429만3097주를 가족에게 전량 증여했다. 부인 황서림 씨와 아들 정창덕 씨, 딸 정다나 씨가 각각 2.92%씩을 받았고, 동생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의 세 아들인 정창욱·정창준·정창윤 군에게도 각각 1.3%씩이 돌아갔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 사진 제공 = 현대백화점그룹


당시 회사는 선을 그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정지선 회장 보유 개인 재산에 대한 단순 증여로 알고 있다"며 "이미 단일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한 상황에서 이뤄진 증여인 데다, 지주회사가 아닌 계열사 지분 증여란 점에서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여 한 달여 뒤 공개된 자료에는 다른 흐름이 담겼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시된 보고서를 인용한 리더스팩트 보도에 따르면, 황서림 씨는 보유 주식 99만752주를 담보로 한국증권금융에서 80억원을 대출받았고, 정창덕 씨와 정다나 씨도 같은 수량의 주식을 담보로 각각 70억원씩을 빌렸다. 정 회장의 세 조카인 정창욱·정창준·정창윤 군 역시 각자 보유한 44만280주의 주식을 담보로 30억원씩 대출을 받았다. 6명이 모두 증여받은 주식 전량을 같은 금융기관에 맡기고 자금을 조달한 셈이다.


이 담보 구조가 짧게 끝난 것으로만 보기도 어렵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 집계에 따르면, 2026년 3월 기준 황서림 씨와 정창덕·정다나 씨, 정창욱·정창준·정창윤 군은 모두 보유 주식 100% 담보 제공 인물로 분류됐다. CEO스코어는 이런 고담보 배경으로 2·3세 오너를 중심으로 한 세금 재원 마련 목적의 담보 대출 확대를 짚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처음 회사 설명의 초점이 '증여'에 있었다면, 지금 시장이 다시 보는 대목은 '그 뒤'다. 증여 직후 수증자 전원의 전량 담보와 거액 대출이 뒤따랐고, 이후에도 100% 담보 상태가 다시 확인되면서 당시의 '단순 증여' 설명은 다시 검증대에 오르게 됐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현대그린푸드라는 종목 자체다. 회사는 당시 '지주회사가 아닌 계열사 지분 증여'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현대그린푸드 주식은 오너 일가에게 이전된 자산이자 증여 직후 현금 조달의 담보가 된 주식이었다. 공개자료상 드러난 흐름은 당시의 '단순 증여' 설명이 지금도 그대로 유효한지 다시 묻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