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최고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춘 국내 대표 CDMO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근 노조 파업 가능성에 직면하면서, 안정성을 기반으로 형성된 시장 구도에 미묘한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외주 생산을 지속하는 이유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일정과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파트너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CDMO 산업에서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 자산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직면한 파업 이슈는 실제 이행 여부와 관계없이 고객사 입장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물론 이번 이슈만으로 회사의 공급 안정성이 곧바로 흔들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생산 역량과 글로벌 수준의 트랙레코드는 여전히 견고하기 때문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사실보다 '인식'이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정제하는 공정으로, 365일 24시간 연속 가동이 필수적이다. 공정이 중단될 경우 세포 사멸과 단백질 변질로 이어져 제품 전체를 폐기해야 하는 만큼, '가동 중단 가능성' 자체가 신뢰에 균열을 낼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최근 CDMO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한 셀트리온의 행보가 주목된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12월 31일 일라이 릴리의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생산시설 인수를 완료하며 6만 6000리터 규모의 현지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동시에 인수 과정에서 일라이 릴리 제품의 위탁생산 계약까지 연계해, 사업 진출과 함께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통상 시장 강자에게 발생한 리스크는 경쟁사에 기회로 작용한다. 셀트리온 역시 이번 상황을 통해 글로벌 CDMO 시장에서 '대체 가능한 선택지'로 인식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이를 점유율 확대의 직접적인 기회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다. CDMO 고객사들은 단일 변수만으로 생산 파트너를 변경하지 않는데, 공정 이전에는 복잡한 규제 절차와 막대한 시간·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고객사에게 있어 리스크 관리를 위한 선택지가 다다익선인만큼, 이번 이슈는 셀트리온에 있어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시장의 판도 변화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이번 이슈가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중심으로 비교적 고요하게 유지돼 온 시장에서 '절대적 안정성'이라는 전제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이다.
CDMO 시장은 한 번의 이슈로 판이 뒤집히는 구조는 아니지만, 작은 균열이 반복될 경우 시장의 시선은 서서히 분산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번 이슈가 시장 내 불러올 미묘한 변화에 대해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