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태어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난 지 오늘(3일)로 2년이 된 가운데, 푸바오의 광주광역시 유치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최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광주 우치동물원을 방문해 판다 사육 가능성을 점검하는 실사를 진행했다.
광주시는 이미 국비 30억 원을 투입해 동물사 3곳을 조성하는 등 인프라 구축에 착수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푸바오 유치가 현실화할 경우, 지역 동물원의 운영 수준과 연구 역량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실제 푸바오의 귀환을 간절히 바라는 일부 팬들은 외교부와 우치동물원 앞에 지지 의미를 담은 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힘들게 적응했는데 또 이사를?"... 시민들 우려의 목소리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멸종위기종인 자이언트 판다를 낯선 곳으로 반복해서 강제 이주시키는 것은 '동물 복지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걱정 섞인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한 누리꾼은 "데려오면 뭐 하느냐. 어차피 대여 기간이 끝나면 또 돌려보내야 하는데, 이미 이별의 아픔을 겪은 동물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다른 누리꾼들 역시 "푸바오가 너무 보고 싶지만, 중국 환경에 힘들게 적응했을 텐데 다시 오가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외에도 "영구 임대가 아니라면 푸바오를 힘들게 하지 말라", "인간의 이기심을 버리고 중국에서 행복하게 살게 놔둬라" 등의 의견이 눈에 띄었다.
동물단체 "생태계 뒤흔드는 심각한 스트레스... 시대착오적 발상"
동물보호단체들은 보다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등 13개 동물단체는 지난 1월 22 자이언트 판다 추가 임대 반대 성명을 내고, "동물원과 같은 특정 공간에 갇혀 사는 전시 동물을 인위적으로 옮기는 것은, 동물이 평생 나고 자란 세계를 뒤흔드는 일로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고 경고했다.
자이언트 판다 대여 자체가 그간 한국이 추구해 온 동물보호 방향과 배치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2022년 전면 개정된 동물원수족관법은 그 목적을 '동물원·수족관 보유 동물 복지 증진'과 '생명 존중 가치 구현'으로 명시하며, 동물원의 역할 중 '전시·교육'에 앞서 '생물다양성 보전'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제도가 동물 '보호'에서 '복지 증진'으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정치권 일각에서 판다 대여를 반복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동물을 다시 '인간을 위해 재주를 부리는 존재'로 전락시키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판다 외교'의 이면... 외교 도구로 전락한 멸종위기종
자이언트 판다는 1990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상 '위기' 종에 오른 뒤 각국의 보전 노력으로 개체 수가 다소 회복됐으나, 여전히 야생에서 절멸 위기에 직면한 '취약(VU)' 종이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현재 야생 자이언트 판다는 1,864마리에 불과하다.
또한, 자이언트 판다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Ⅰ에 등재되어 있어 국제 거래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그럼에도 중국이 이른바 '판다 외교'를 펼칠 수 있는 이유는, '등록된 과학기관 간에 이루어지는 비상업적 대여·기증·교환'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는 조항 때문이다.
CITES 상임위원회는 1996년 권고안을 통해 ▲야생 포획 판다 임대 금지 ▲종 보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에만 제한적 임대 허용 ▲전시로 얻은 금전적 이득은 중국 내 종 보존을 위해서만 사용 ▲임대된 판다와 그 새끼의 소유권은 중국 정부에 귀속 등을 명시했다.
과거 아이바오와 러바오가 한국에 와서 푸바오 자매를 낳으며 개체 수 증가에 기여한 바는 있으나, 판다의 입장에서는 국가 간 계약에 의한 '강제 이주'를 겪어야만 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앞서 푸바오가 중국으로 반환될 당시, 좁은 곳에 갇혔을 때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하는 '정형행동'이 의심되는 불안한 모습을 보여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