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크게 나갔고, 반응은 더 빨랐다. 회사 '내부'에서 던진 한 문장이 바깥으로 나오자, 사회적인 '의제'가 됐다. 곧바로 "언제 하느냐"를 묻는 약속이 됐다.
지난 1일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의 사내 슬랙 글을 두고 온라인에서는 현재 '만우절 농담'과 '말 바꾸기'라는 말이 붙은 상태다. 처음 알려진 문구만 보면 그럴 만도 했다. 자신이 거주 중인 집을 팔아 직원 100명의 월세나 대출이자를 평생 지원하겠다는 취지였기 때문이다. 이후 실제 이 대표 사비로 직원 10명에게 1년치 월세 또는 대출이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리되자,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처음 말과 너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 글은 회사의 공식 복지 제도 발표문은 아니었다. 사내 슬랙에 올라온 대표의 내부 메시지였다. 토스 측도 초반에는 이번 공지가 만우절 이벤트인지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고, 과거에도 이승건 대표가 4월 1일 전후로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메시지를 올린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대외 발표를 염두에 둔 문장이라기보다, 내부 구성원에게 던진 선언에 가까웠다는 뜻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안과 밖의 문법이 갈린다. 회사 안에서 돌 때는 문제의식과 의지만 담긴 메시지로 읽힐 수 있는 말도, 밖으로 나오면 곧바로 약속이 된다. 언제 하느냐,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느냐, 정말 가능한 얘기냐는 질문이 바로 따라붙는다. 안에서 던진 큰 말이 밖으로 나오는 순간, 설명해야 할 현실의 무게가 확 달라지는 것이다.
이번 일을 두고 토스 내부에서도, 내용 자체 못지않게 사내 슬랙 글이 외부로 반출된 과정이 더 문제라는 인식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해당 글을 외부로 옮긴 경위를 따져봐야 한다는 반응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망의 글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바깥으로 가져가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공감대가 있어야, 구성원도 회사 문제를 실명으로 지적할 수 있고 대표도 보다 솔직하게 조직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에 언급된 자산은 평범한 집이 아니다. 초고가 주택을 팔아 장기간 복지 재원으로 연결하는 일은 상징성은 크지만, 말처럼 곧바로 굴러가지는 않는다. 거래가 언제 이뤄질지, 어떤 가격에 팔릴지, 실제 현금화가 언제 될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안에서만 공유됐다면 구상으로 남아 있었을, 혹은 '당장은 아니어도 상황이 주어질 때 하기만 하면 되는' 일이 외부에 알려진 뒤에는 '당장 실행 여부를 설명해야 하는 약속'이 된 셈이다. 비판하더라도 이 사정은 같이 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처음 글에서 너무 크게 던진 것 아니냐"는 지적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다만 그 비판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이후 실제로 무엇을 했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이번 일은 말만 던지고 끝난 경우와는 다르다.
이 대표는 개인 자금으로 직원 10명을 추첨해 1년치 월세 또는 대출이자를 지원하는 안을 내놨다. 지원 상한도 두지 않기로 했다. 숫자는 줄었지만, 말은 실제 돈이 들어가는 지원으로 이어졌다.
토스 안에서 이승건 대표의 4월 1일 메시지가 유독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2년에는 테슬라 차량 10대를 직원들에게 1년간 무상 대여했고, 지난해에는 계열사 포함 직원 100명을 추첨해 일본 오키나와로 2박 3일 포상여행을 보냈다. 한 번 화제를 던지고 끝내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이행으로 연결한 전례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번 일을 허풍으로만 몰아붙이기는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100명 평생'이 '10명 1년'으로 줄었다는 숫자 비교에만 있지 않다. 사내에서 던진 선언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곧바로 검증의 대상이 됐고, 그 과정에서 큰 메시지가 현실적으로 집행 가능한 지원안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비판은 할 수 있다. 그래도 수백억대 자산을 바로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점, 밖으로 알려진 뒤에는 실행 여부를 설명해야 했다는 점, 그리고 결국 사비 지원이 실제로 이뤄졌다는 점까지 같이 놓고 봐야 이 일을 좀 더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