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03일(금)

우리도 오늘부터 도전?… 미국 아저씨들의 변함없는 '44년 우정샷'

푸른 호수를 배경으로 나란히 앉은 다섯 명의 청년들. 1982년,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19세 소년들의 치기 어린 기념사진 한 장이 44년이라는 세월을 관통하는 거대한 기록이 될 줄은 누구도 몰랐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고등학교 동창생인 존 워드롤, 마크 루머-클리어리, 댈러스 버니, 존 몰로니, JD 딕슨, 이 5명의 62세 동갑내기 친구들의 이야기가 단순한 우정을 넘어 전 세계에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2007년 존 워드롤고 마크 루버-클리어리, 댈러스 버니, 존 몰로니, JD 딕슨 / SWNS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온라인 미디어 굿뉴스네트워크(Good News Network)는 존 워드롤과, 마크, 댈러스, 존 몰로니 그리고 JD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들의 특별한 전통은 오리건주 콥코 호수에 있는 존 워드롤의 할아버지 소유 별장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이 별장으로 함께 휴가를 떠났다. 그곳에서 JD는 다섯 명이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을 찍었다.


이후 존이 아이디어를 냈다. 5년 후 다 같이 이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똑같은 포즈롤 사진을 찍어보자는 것이었다.


(위) 1982년 사진, (아래) 2022년 사진 / SWNS


이때부터 첫 여행의 설렘을 담아 무심코 찍었던 그 포즈 그대로, 다섯 친구는 5년마다 같은 장소에 모여 셔터를 누르고 있다.


사실 1987년 두 번째 사진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이들은 이것이 평생의 약속이 될 거라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세월이 쌓여 1997년 세 번째 기록을 남기던 순간, 어느덧 서른 중반이 된 친구들은 서로의 눈을 보며 맹세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기록을 멈추지 말자"고.


이들은 19살 때(1982년)부터 1987년, 1992년, 1997년, 2002년, 2007년, 2012년, 2017년 그리고 2022년 같이 사진을 찍었다.


1992년 사진 / SWNS


사진 속에는 이들만이 아는 유쾌한 비밀도 숨어 있다. 멤버 중 한 명인 존 몰로니가 들고 있는 작은 병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그 안에는 첫 여행 당시 우연히 잡았던 바퀴벌레 한 마리가 들어 있었다. 장난기 가득했던 시절의 '마스코트'를 잊지 않기 위해, 이들은 이후 모든 사진에서 똑같은 병을 소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의 우정이 2012년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을 때,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수백만 건의 조회수와 함께 "나도 이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부러움 섞인 찬사가 쏟아졌다.


어느덧 62세 백발의 신사가 된 존 워드롤은 "언론 보도 이후 우리의 우정이 얼마나 희귀하고 소중한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며 "덕분에 서로 더 자주 연락하고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고백했다.


2007년 사진 / SWNS


현재 다섯 친구 중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각지로 흩어져 살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차로 12시간을 달려야 하고, 누군가에게는 비행기를 타야 하는 고된 여정이지만 물리적 거리는 이들의 유대감을 꺾지 못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반퇴기에 접어든 친구들은 사진 촬영 주기가 아닌 해에도 호숫가 오두막에 모여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고 한다.


이제 이들은 반세기에 가까운 기록을 완성하기 위해 2027년 여름, 열 번째 사진 촬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9세 소년들의 피부는 거칠어지고 머리칼은 희끗해졌지만, 44년 전 그 호숫가에 머물던 순수한 우정만큼은 여전히 콥코 호수의 물결처럼 반짝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