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고(故) 김창민 영화감독의 죽음 뒤에 가려진 참혹한 진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31일 경찰과 유가족 등에 따르면 김 감독은 지난해 10월 20일 새벽 경기 구리시의 한 식당에서 아들과 식사하던 중 다른 손님들과 시비가 붙어 폭행을 당한 끝에 숨졌다. 당시 자폐 성향이 있는 아들이 돈가스를 먹고 싶어 해 24시간 식당을 찾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유가족 측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수사 과정 전반에 대해 부실 대응 의혹을 제기하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현장 인근에 대학병원이 있었음에도 이송에 1시간이나 지체돼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주장이다. 또한 경찰이 초기에는 피의자 1명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등 수사가 미온적이었고, 이후 보완 수사를 통해 상해치사 혐의로 2명에 대한 영장을 재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반려했다.
결국 사건은 발생 5개월이 지나도록 피의자들이 불구속 상태로 거리를 활보하는 상황에서 검찰로 넘겨졌다.
유가족은 "아들을 죽인 범인은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다"며 "오랫동안 어렵게 활동하다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김 감독은 폭행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지난해 11월 7일 뇌사 판정을 받았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장기기증을 통해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생을 마감했다.
1985년생인 김 감독은 영화 '용의자', '마녀', '비와 당신의 이야기' 등 다수의 작품에서 스태프로 참여했으며, '그 누구의 딸'로 경찰 인권영화제 감독상을 받는 등 연출 역량을 인정받아 왔다. 유작이 된 단편 영화 '회신'은 올해 주요 영화제 상영을 앞두고 있었으나, 고인이 생전 영화제의 처우 문제를 지적하며 보이콧을 결정해 결국 장례식장 영정 앞에 시나리오로만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