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현도일반산업단지 내 '재활용 폐기물 선별시설' 건립을 둘러싼 청주시와 입주 기업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등 국내 대표 식품 기업들이 포진한 산단 내부에 기피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두고, 기업 측은 '위생 안전망 붕괴'를, 시측은 '행정의 정당성'을 내세우며 갈등을 벌이고 있다.
기업 측 "식품 안전은 타협 불가… 브랜드 가치 훼손 우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등으로 구성된 '현도산단 입주기업협의체'는 최근 법원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이는 충북도의 산업단지 계획 변경 승인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이 1심에서 기각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등에 따르면 현재 해당 부지 인근 양사의 공장은 800~1000명가량의 고용 효과를 누리고 있다.
또한 약 6000억원 규모의 세수, 약 700억원 규모의 고용 인건비 등 지역 경제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 중이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위생 안전'이다. 폐기물 선별시설 예정 부지는 식품 제조공장에서 불과 500m 거리에 위치해 있다.
협의체 측은 "원료 관리부터 유통까지 엄격한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을 유지해야 하는 식품 공장 인근에 폐기물 시설이 들어설 경우 분진, 악취, 해충 등 외부 오염원 유입을 차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특히 제품 생산 공정 근처에 폐기물 시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소비자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 기업들의 입장이다.
법적 절차에 대한 성토도 이어진다. 협의체는 충북도가 지난해 산단 사업시행자를 기존 기업에서 청주시장으로 변경한 과정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시행자 변경은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는 등 특수한 경우에만 허용되는데, 이미 30년 전 준공되어 정상 가동 중인 현도산단은 이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한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입주 기업들에 대한 사전 청문이나 의견 수렴 절차가 미비했다는 점도 갈등을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청주시 "환경 영향 미미… 법적 의무 대상도 아냐" 반박
청주시는 기업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분양 당시부터 폐기물 처리를 전제로 조성된 용지"라며 "매립시설보다 환경 부하가 훨씬 적은 재활용 선별시설로 용도를 변경한 것이기에 기업 측의 우려는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환경영향평가 미이행 지적에 대해서도 "재활용 선별시설은 관련 법상 환경영향평가 의무 대상이 아니며, 현대화된 집진 및 악취 방지 설비를 갖추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는 행정의 연속성과 자원순환 체계 구축을 위해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원이 1심에서 시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기업 측의 항고로 민간 기업의 생산 환경 보호'과 '공공복리를 위한 행정권 행사'라는 두 가치의 충돌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 결과에 따라 향후 지자체의 산단 내 기피 시설 설치 기준에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되는 만큼, 법원이 항고심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