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계열사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7년 만에 다시 담았다. 7년 전 지분을 매도했던 주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였는데, 이번에 매입한 주체는 한화시스템이다. 항공기체와 엔진, 항전, 위성, 무인기로 이어지는 항공우주 밸류체인을 다시 엮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힌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11월 KAI 보통주 56만 6635주를 598억 6700만원에 매입했다. 지분율은 0.58%다. 이 사실은 이달 제출된 사업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지분이 5% 미만이어서 매입 당시 대량보유 공시 의무는 없었다.
한화 계열사가 KAI 주식을 다시 보유한 것은 2018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보유 지분 5.99%를 전량 처분한 이후 처음이다. 한화는 이번 취득 목적을 "우주항공·방산 분야 사업 협력 강화"라고 설명했다. 또 "추가 인수 계획은 현재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대목은 매입 주체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아니라 한화시스템이라는 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엔진과 발사체, 종합 방산 플랫폼을 맡는다면 한화시스템은 레이더, 전자광학장비, 전술통신시스템 등 무기체계 전자 분야를 담당한다. KAI가 기체를 쥐고 한화시스템이 센서와 항전을 맡는 그림이 그려진다.
한화와 KAI는 KF-21 사업 등에서 협력하면서도 일부 우주 사업에서는 경쟁해왔다. 그런데 올해 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는 무인기 공동 개발·수출, 국산엔진 탑재 항공기 개발과 공동 마케팅, 글로벌 상업 우주시장 공동 협력을 골자로 한 MOU를 맺었다. 지난해 11월 지분을 먼저 담고, 올해 2월 협력 청사진을 공식화한 흐름이다.
물론 한화시스템의 지분은 0.58%에 불과해 KAI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준은 아니다. KAI의 최대주주는 26.41%를 보유한 한국수출입은행이다. 이번 투자를 곧바로 인수전의 서막으로 읽기는 무리지만, 협력 명분과 지분을 동시에 확보해뒀다는 점에서 향후 방산 재편 때 한화가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와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임팩트의 전략부문 대표를 맡고 있고, 한화 안에서 방산과 우주 사업 전략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이번 KAI 지분 매입으로 기체와 엔진, 항전, 위성, 무인기를 잇는 밸류체인에 고리가 하나 더 생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