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이 되면서 점심 식사 후 찾아오는 나른함과 졸음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춘곤증'으로 불리는 현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피로감이 오랜 기간 계속되거나 일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면 만성피로를 의심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 6일 의료진들에 따르면 춘곤증과 만성피로증후군은 표면적으로는 유사해 보이지만 원인과 해결 방법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춘곤증은 계절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이다.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면서 일조시간이 늘어나고 기온이 올라가면 우리 몸의 체온 조절 시스템과 신경계, 호르몬 균형에 변화가 생기는데, 이 과정에서 일시적인 피로를 느낄 수 있다.
겨울철 줄어들었던 신체 활동이 다시 활발해지는 시점이라는 것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적절한 수면과 영양 균형이 맞는 식단, 가벼운 운동을 병행하면 수 주 안에 자연스럽게 개선된다. 다만 운동 부족이나 과도한 업무가 겹치면 춘곤증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하지만 피로감이 3주를 넘어 지속되거나 충분한 휴식 후에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단순한 춘곤증이 아닐 수 있다. 특히 40~50대에서 충분히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거나 6개월 동안 체중이 10% 이상 줄어들고 열이 나는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질병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40대 이후 남성들의 경우 간 질환, 당뇨병, 암 등이 피로감으로만 시작되는 경우가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여성들은 빈혈이나 갑상선 질환이 춘곤증으로 잘못 인식되기 쉽고, 50대 이후에는 갱년기 증후군의 증상 중 하나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만성피로증후군은 계절성 피로와는 확실히 구별된다. 보통 6개월 이상 극도의 피로가 계속되는 것이 주요 특징이며, 충분한 수면을 취해도 피로가 해소되지 않는다.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두통, 관절 통증 등 다양한 증상들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면역 시스템 이상, 바이러스 감염, 스트레스, 호르몬 불균형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춘곤증과 만성피로를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지속 시간과 회복 정도다. 춘곤증은 특정 계절에 발생해 몇 주 안에 호전되는 반면, 만성피로는 계절과 무관하게 장기간 지속되며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
염근상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만성피로는 우울증이나 수면장애, 기타 내과 질환과도 관련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며 "혈액검사, 갑상선 기능 검사, 간 기능 검사, 수면 상태 평가 등 여러 검사로 다른 질환을 배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정 질환이 발견되지 않으면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진단될 수 있으며, 치료는 원인 제거보다는 증상 완화와 삶의 질 향상에 중점을 둔다. 규칙적인 생활 패턴과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적절한 운동 등이 기본적인 관리 방법으로 제시된다.
생활 습관 개선도 중요한 요소다. 장준희 세란병원 내과 부장(전문의)은 "기상 후 아침 햇빛을 15~30분 정도 쬐면 멜라토닌(수면 호르몬) 분비가 조절돼 밤에 더 쉽게 잠들 수 있다"며 "과도한 낮잠은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30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 부장은 또한 "주말이라고 잠을 몰아 자는 것보다는 일정한 수면 시간을 유지해야 생체 리듬이 안정된다"며 "춘곤증 극복을 위해서는 충분한 영양 보충이 필수다. 비타민B가 풍부한 현미, 통밀, 보리 등을 자주 챙겨 먹고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