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03일(화)

자사주 18개월 시한... DL·LS 지주사 체제, 운용 원칙 다시 짜야 할 때

상법 3차 개정안이 지난달(2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내 지주회사 체제 기업들의 자사주 전략에도 실질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신규 취득 자사주는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 소각이 원칙이며, 기존 보유분은 시행일로부터 6개월 유예 후 추가 1년, 즉 실질적으로 최대 18개월 안에 방향을 정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는 단순한 회계 규제 강화라기보다, 자사주를 경영진 재량의 영역에서 시장 검증의 영역으로 끌어낸 제도 변화에 가깝습니다.


대표적 직격 대상으로 DL그룹과 LS그룹이 눈에 띕니다.


DL이앤씨 마곡 원그로브 사옥 / 사진제공=DL이앤씨


DL이앤씨는 2025년 말 공시 기준 보통주 기준 약 2.9%의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DL홀딩스 역시 자기주식을 보유 중인 만큼, 제도 변화에 따른 대응 방향이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LS는 지난 1월 26일 자사주 50만 주를 추가 소각해 비중을 11.1%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습니다. 


두 그룹 모두 자사주를 단순한 주주환원 수단으로만 활용해 온 것은 아닙니다. 지배구조를 안정시키는 완충재이자 자본 전략의 일부로 관리해 온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물량은 이제 내부 판단만으로 조용히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게 됐습니다.


개정안의 핵심은 결국 ‘설명’입니다. 자사주를 예외적으로 보유하려면 사유와 기간, 처분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하며, 이를 매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아야 합니다. 이를 어길 경우 이사 개인에게 최대 5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지주회사 체제에서 자사주가 '옥상옥 구조'의 받침대 역할을 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개정은 그룹 자본 전략 전반을 공개적으로 점검하라는 요구에 가깝습니다.


시장은 이미 반응하고 있습니다. 법이 통과된 다음 날 ㈜두산은 이사회를 열어 보유 자사주 320만1028주 가운데 임직원 보상 물량을 제외한 256만8528주를 연내 소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선제적 대응으로 해석됩니다. LS그룹 역시 이미 밝힌 추가 소각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오는 25일, DL이앤씨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절반을 교체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2인으로 확대하기로 하는 등 선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법을 지키겠다"는 선언에 그치지 않습니다. 어떤 기준으로, 어떤 시간표에 따라, 누가 책임지고 실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입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질문 수준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사진제공=LS그룹


DL그룹 역시 상법 개정의 여파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1·2차 개정으로 이사 충실의무 확대와 집중투표제가 도입된 데 이어 3차 개정안까지 겹치면서,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옥상옥 체제가 시장의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받는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DL과 LS에 주어진 18개월을 단순한 유예 기간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시장에 운용 원칙을 설명하고, 신뢰를 구축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DL그룹은 이해욱 회장 체제 아래 비교적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해 왔습니다. 다만 주변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DL의 대응이 지연될 경우, 그 자체가 시장에 하나의 신호로 읽힐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떤 원칙과 시간표를 제시하느냐가 자본 정책을 넘어 그룹 전반의 신뢰도를 좌우하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보유를 유지하든, 소각을 선택하든 결정은 각 그룹의 몫입니다. 다만 그 선택을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DL과 LS를 바라보는 시장의 눈높이는 분명 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