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 이상의 언어를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단일 언어 사용자보다 생물학적으로 더 천천히 늙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외국어 학습과 다언어 사용 습관이 노화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지난 1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노화(Nature Aging)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의 아구스틴 이바네즈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팀은 유럽 27개국에 거주하는 8만6149명(평균 연령 66.5세)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실제 나이와 건강·생활 습관을 토대로 예측한 나이의 차이를 보여주는 '생체행동적 연령 격차' 지표를 사용했습니다. 예측 나이가 실제보다 높으면 '가속 노화', 낮으면 '지연 노화'로 분류했습니다. 분석에는 기능적 능력, 교육 수준, 인지 기능,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됐습니다.
그 결과 다언어 사용자의 가속 노화 위험이 약 54% 낮았고, 여러 해에 걸친 추적 분석에서도 이 위험이 약 30% 낮게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연령과 교육 수준, 언어 환경, 신체·사회적 요인을 고려한 후에도 이런 차이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언어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조기 노화 위험이 감소하고, 두세 가지 언어를 사용할 경우 그 효과는 더욱 강력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언어 사용이 노화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언어를 이해하고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억력, 주의 전환 등 다양한 인지 기능이 동시에 활성화된다는 점에서 '인지 훈련'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런 인지 자극이 누적되면 장기적으로 뇌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번 연구는 노령 인구의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교육 및 보건 정책을 수립할 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습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다언어 사용이 노화를 지연시키는 직접적 원인을 규명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다중 언어 사용이 노화를 직접적으로 지연시키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또는 인지적 활동과 같은 다른 요인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밝히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