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7일(일)

"월 400만원 벌려고 하루 13시간"…1-2년 만에 폐업하는 카페, 서울에만 1만개 과포화

뉴욕타임스가 한국의 과도한 카페 창업 열풍과 그로 인한 업계 위기를 심층 분석했습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커피숍 문제가 있다(South Korea Has a Coffee Shop Problem)'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인의 커피 사랑이 만들어낸 치열한 경쟁과 카페 업계의 현실을 조명했습니다.


서울 신림동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고장수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카페를 여는 것 말고 다른 무엇이든 하겠다"고 토로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평일 아침 그의 매장은 한산한 모습이었습니다. 매장 주변에만 50개가 넘는 카페가 경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6년 고씨가 이곳에 카페를 개업했을 당시에는 인근 카페가 단 2곳뿐이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카페 밀도가 파리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6년 동안 전국 카페 수는 2배로 급증했습니다. 인구 5100만명의 한국에는 총 8만개의 카페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 중 8분의 1에 해당하는 1만개가 서울에 몰려 있습니다. 강남구와 종로구, 마포구에 특히 집중되어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서울 거리를 걸으면 양쪽으로 퍼레이드처럼 늘어선 카페들을 볼 수 있다"고 묘사했습니다.


한국인의 커피 소비량은 이미 쌀 소비량을 추월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 스타벅스 진출 이후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비공식 국민 음료로 자리잡았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많은 한국인이 좁은 아파트에 거주하며 가족과 함께 생활해 사람들을 초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카페는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이자 친구들의 만남 공간, 학생들의 공부방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문제는 카페 창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침체된 취업 시장과 경직된 직장 문화에서 벗어나려는 한국인들이 카페를 독립의 수단으로 인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카페는 술집이나 음식점에 비해 초기 투자 비용이 적고 특별한 자격증도 불필요합니다. SNS를 통해 인기 매장에 몰리는 고객들을 보며 쉽게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착각이 생긴다는 설명입니다.


전국 카페사장협동조합 회장을 겸하고 있는 고씨는 "사람들은 다른 카페 앞에 긴 줄이 늘어선 모습을 보고 카페 운영이 쉽다고 착각한다. 실제로는 일은 힘들고 수익은 미미하다"고 말했습니다.


1000개 이상의 카페 창업을 컨설팅한 최선욱씨는 "사업에 뛰어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준비 부족 상태다. 커피숍 운영 경험이 전무하거나 있어도 바리스타 아르바이트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최씨는 "많은 업주가 월 400만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는데, 이는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수준이며 하루 13시간 이상 근무해서 얻은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많은 커피숍이 첫 임대 계약 만료와 함께 1~2년 만에 폐업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커피숍의 생존 기간도 계속 단축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매년 수천 개의 카페가 새로 문을 여는 만큼 사라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에는 카페 창업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우승자인 권성준 셰프는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카페 사업 실패 경험을 공개하며 사람들에게 카페 창업을 권하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그들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며 한국 카페 시장의 불투명한 전망을 제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