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5일(금)

햄·소시지 주 1회 이상 먹은 여성들 '이 병' 발병 위험 57% 더 높았다

가공육 섭취와 유방암 위험 연관성, 국내 연구 결과 주목


가공육을 자주 섭취하는 여성들에게 유방암 발병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연구팀이 진행한 이번 연구는 특히 50세 미만 여성에서 그 위험성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반대로 소고기 섭취는 오히려 유방암 발병 위험을 낮추는 경향이 확인되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대 예방의학교실(강대희·이효빈), 유방외과(한원식), 식품영양학과(이정은) 공동 연구팀은 도시 기반 코호트연구(HEXA study)를 통해 가공육 섭취와 유방암 사이의 연관성을 심층적으로 조사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팀은 2004~2013년 사이 40~69세 여성 7만1264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했으며, 이 중 713명(1%)이 새롭게 유방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햄·소시지·베이컨 등 가공육을 주 1회 이상 섭취하는 여성은 전혀 섭취하지 않는 여성보다 유방암 발병 위험이 57% 더 높았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50세 미만 여성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영양학(Clinical Nutrition) 최신호에 게재되었습니다.


가공육의 발암 메커니즘과 예방 방안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미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가공육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질산염과 아질산염이 체내에서 발암성 물질인 '니트로소화합물'(NOCs)로 변환되어 유전자 손상과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또한 가공육을 고온에서 조리할 때 생성되는 헤테로사이클릭 아민(HCAs)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역시 유방 조직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부연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강대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가공육이 반드시 유방암을 일으킨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도 유방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데 의미가 있다"며 "유방암 예방을 위해서는 가공육 소비를 줄이고 채소·과일 중심의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소고기 섭취와 유방암 위험 감소 가능성


흥미롭게도 이번 연구에서는 소고기 섭취가 유방암 위험을 낮출 가능성도 관찰되었습니다.


소고기를 월 2회 이상 섭취한 여성은 전혀 섭취하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 발병 확률이 18%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서구에서 적색육이 유방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한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한국 여성의 소고기 섭취량이 서구보다 훨씬 적다는 점과 함께, 소고기에 포함된 필수 아미노산 등이 호르몬 조절, 염증 억제, 대사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소고기 섭취가 영양 상태나 의료 접근성을 반영하는 사회경제적 지표일 수 있다는 해석도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달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3년 유방암 관련 여성 진료 인원은 30만7910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2022년 28만9514명보다 6.4% 증가한 수치이며, 2015년 15만7373명과 비교하면 95.7% 급증한 것입니다.


연령별로는 50대가 34.6%로 가장 많았고, 이어 60대(27.7%), 40대(20.0%), 70대(11.2%), 30대(3.3%), 80대(2.8%), 20대(0.3%)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40~50대 중장년층이 전체의 54.6%를 차지해 절반을 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