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섰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윤 전 대통령은 42분 동안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자신을 향한 검찰의 공소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거듭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14일 윤 전 대통령의 첫 공판을 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시작과 함께 모두진술에 나섰다.
"국회가 요구하자 몇 시간 만에 비상계엄을 풀었다는 사실을 내란으로 몰아가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 그의 첫 일성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 공소장을 두고 "조사 기록을 그대로 옮겨 적은 수준"이라며 "법리적 근거가 빈약하다"고 정면 비판했다.
전두환·노태우 내란 사건까지 끌어낸 그는 "12·12와 5·18 사건 공소장도 이렇게 장황하진 않았다"고도 했다.
삼청동 안가 회동 의혹에 대해서는 화살을 문재인 정부로 돌렸다. 그는 "문 정부 시절 방첩사령부 인력이 반 토막 났다"며 "국가 안보와 방산 정보 유출 위기가 심각해 방첩 역량 복구를 긴급 지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유임 인사를 둘러싼 의혹도 일축했다. 그는 "당시 유능한 인재들이 승진 누락으로 옷 벗는 상황이 속출했다"며 "그 연장선에서 문 전 사령관도 직급과 위계를 고려해 진급·유임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엄 준비를 위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앉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계엄은 법에 따른 준비 절차일 뿐 특정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라며 "합참 계엄과가 그런 역할을 늘 맡아왔다"고 말했다.
'햄버거집 모의' 의혹을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관련해선 "그런 얘기는 들은 적도, 아는 바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야당의 감사원장 탄핵소추안 발의 여부에 따라 비상계엄 선포를 철회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탄핵안을 발의하지 않는다면 계엄 선포는 없던 일로 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공소사실 전부를 부인한다"며 "비상계엄이 내란이라면 미래 세대를 지키려는 노력마저 내란이 되는 기이한 논리"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국회 봉쇄나 무리한 체포·구금 지시는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재판을 마친 윤 전 대통령은 서초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재판부는 오후 2시 15분 다시 공판을 열고, 윤 전 대통령에게 20분가량 추가 발언 기회를 주기로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26일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재직 중 구속기소된 대통령이다. 지난 4일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이후 이날부터 자연인 신분으로 형사 재판에 임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