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본부장, 이재명 대표와 주변 인물들에 대한 추가 폭로 '예고'
[인사이트] 최재원 기자 =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수사 중인 가운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이 대표와 주변 인물들에 대한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24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10년간 쌓인 게 너무 많다. 하나가 나왔다 싶으면 또 하나가, 그리고 또 하나가 나올 것"이라며 "급하게 갈 것 없다. 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의 발언은 이 대표와 김용 부원장,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정무조정실장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유 전 본부장은 "내가 그들하고 10년을 같이 해 너무 잘 알고 있다"며 "그래서 내가 입 다물고 있기를 (그들은) 바랐던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이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불법 자금을 받은 일이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 "10원 하나 받은 게 없다? 초밥이 10원은 넘을 것"이라며 "내가 검찰에서 다 이야기할 것"이라 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민간사업자에 특혜를 몰아주고 성남도시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와 거액의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지난해 10월 기소됐다.
민주당 내에서는 그의 입장 변화에 대해 검찰 회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이 20일 자정에 구속기한 만료로 구치소에서 풀려난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석방 다음 날 재판을 받으러 법원에 출석했을 때 "최소한 뭐에 회유되진 않았다"고 부인한 바 있다. 그는 한국일보와 만나서도 "나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이라며 "지금 대기업 회장이 거지하고 웃통 벗고 싸우자는 격인데 오히려 반갑다"고 말했다.
다만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검찰이 물 밑부터 싹(수사를 했다)"이라며 "검찰과 법원은 바보가 아니다. 우리 검찰도 이 정도 수사력이 있구나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진심으로 대해줬고, 그래서 나도 허심탄회하게 말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표, "정치가 사라지고 지배만 남았다"
한편 이 대표는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 재시도에 대해 "도의는 사라지고 폭력만 남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내일이) 대통령 시정연설인데 오늘 이렇게 압수수색을 강행하겠다고 하는 데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좀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이제 정치는 사라지고 지배만 하겠다, 지배만 남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이 제안한 '대장동 특검'을 거론하며 "정쟁적 요소는 1년이 넘었기 때문에 특검에 맡기고 민생에 집중하자는 것"이라며 여권의 특검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
그러면서 "(대장동 특검과) '김건희 특검'과 연관이 없다는 것이 제 입장이고 연관 짓지 말기를 부탁드린다"며 "대통령의 '저축은행 비리 수사 봐주기'가 부담스러우면 (특검 대상에서) 빼도 좋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당사로 들어가기 앞서 기자들에게 "국정감사 도중 야당의 중앙당사 침탈이라고 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 정당사에 없던 참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말미에는 "비통한 심정으로 이 침탈의 현장을 외면하지 않고 지켜보겠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이 역사의 현장을 잊지 마시고 퇴행하는 민주주의를 지켜주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발언 도중 감정이 북받쳐 오른 듯 다소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당사로 들어가는 도중 손으로 눈가를 훑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