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을지연습이라 술 못해도 술 마신 즐거운 마음으로"
어제(25일)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했던 말이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 이날 연찬회에는 술 반입이 금지돼 있었다.
경제 위기 상황과 수해 피해 상황 등을 고려해 술 반입을 일절 금지한 것이다. 이날 김건희 여사가 숨진 수원 세 모녀의 빈소에 찾아가 조용히 조문을 하는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논란을 일절 만들지 않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 연찬회였지만, 공식 보도를 위한 카메라가 꺼진 뒤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26일 20대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실에 몸담았던 백지원 전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상근부대변인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절망'이라는 단어와 함께 사진 한 장을 게시했다.
사진 속에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출입 언론인들과 회식을 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권 원내대표가 앉은 테이블과 옆 테이블에는 소주병으로 보이는 것들이 놓여 있었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SNS에도 여러 사진이 확산됐다. 시민들이 잇달아 올린 사진 속에는 백 전 상근부대변인이 올린 사진과 마찬가지로 술이 깔린 테이블에 착석한 권 원내대표 모습이 담겼다.
한 시민이 올린 사진 속 권 원내대표는 모두 비워져 있는 맥주병에 숟가락을 꽂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담겨 있었다.
그 앞에 있는 이들은 모두 카메라를 켜고 노래하는 권 원내대표의 모습을 담고 있다.
또 다른 시민이 올린 글에는 "카메라 없는 뒤풀이에선 소주병·맥주병 깔아놓고 술판, 그것도 모자라 소주병에 숟가락 꽂고 신나게 열창"이라는 말이 담겨 있었지만,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시민들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공식 연찬회에서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했을 뿐 개별적 뒤풀이·회식에서도 마시지 않겠다고 한 것은 아니니 문제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술 금지'를 대대적으로 홍보해놓고 카메라가 꺼지자 술판을 벌이는 건 국민 기만이라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국민의힘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해당 자리는 충남 천안까지 원정취재를 온 출입기자단을 격려 방문했던 것"이라며 "감사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기자단이 격려 차원의 노래를 권유했고 이를 거절할 수 없어 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당 연찬회에 원정취재를 온 기자단을 찾아 당 지도부가 인사하는 것은 여야를 떠나 늘상 있는 관례"라며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무분별한 정치공세를 하는 분들에게 강한 유감을 표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찬회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을지연습이라서 술은 못하지만, 술 마신 거랑 똑같은 즐거운 마음으로 회포도 털자"라며 오미자 주스로 헤드 테이블 참석자들과 건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