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김 소위 옆에 묻어주오"...70년 전 함께한 전우 곁에 묻히려고 국방부에 청원 넣은 육군 장군

황규만 장군 생전 모습 / YouTube 'KTV국민방송'


[인사이트] 김다솜 기자 = "할아버지는 늘 '빚진 인생',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지난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이 열렸다.


이날 배우 전미도는 육군준장 故 황규만 장군 외손녀 정지희씨의 편지 '할아버지의 약속'을 낭독하며 현충일의 의미를 되새겼다.


편지에는 국립서울현충원 묘비 중 유일하게 이름이 없는 '김의 묘'와 전우의 이름을 찾기 위해 평생을 바친 황규만 장군의 이야기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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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인연은 1950년 경북 안강지구 도음산 385지구 전투에서 시작됐다.


당시 20살이던 황규만 소위가 이끌던 소대는 북한군과의 치열한 접전 속 몰살 위기에 처했다.


이때 김 소위(당시 29살 추정)가 지휘하던 소대가 지원 병력으로 참전했다.


안타깝게도 이 전투로 1,500여 명의 아군이 전사했다. 김 소위도 전사자 중 한 명이었다.


작전을 위해 현장을 떠나야 했던 황 소위는 김 소위의 유해를 직접 매장하고 소나무에 표식을 해두었다. 전투가 끝나면 꼭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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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후인 1964년 황 장군은 소나무 표식을 근거로 김 소위의 유해를 발굴해 국립묘지에 안장했다. 이름은 알 길이 없어 '육군 소위 김 의묘'라고 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는 26년을 수소문한 끝에 김 소위의 신원(1922년생 김수영)을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국방부는 전쟁의 아픔을 역사에 남기기 위해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묘비를 그대로 두고 추모비에 김소위의 이름과 사연을 새겼다.


전우의 희생에 대한 고마움을 평생 가슴에 새기고 살았던 황 장군은 사후 김 소위 곁에 묻히기를 원했다.


손녀가 "할아버지가 장군님들처럼 멋있는 곳에 계시면 좋겠다"는 말에 그는 항상 김 소위와 다른 군인들의 희생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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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20년 6월 21일 영면한 황 장군은 그가 바란 대로 김 소위 곁에 함께 하게 됐다.


황 장군의 아들 황성돈씨에 따르면 황 장군은 소원을 위해 생전 국방부에 청원을 넣고 보훈처의 허락을 받으며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김 소위를 놔두고 내가 혼자 어떻게 가요. 같이 있어야지… 내세에 가서 김 소위를 만나면 김 소위가 나한테 아마 술 한번 잘 살 거야"


두 군인의 전우애는 70년이라는 세월을 넘어 이제 영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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