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토)

'5억짜리' 기적의 항암제, '건강보험' 적용으로 100만원 돼 죽어가던 말기암 환자들 살렸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임우섭 기자 = 혈액암 말기 환자들의 '기적의 항암제' 킴리아가 본격적으로 처방을 시작하고 있다.


당초 킴리아는 5억원에 육박하는 가격으로 수많은 혈액 말기암 환자들에게 희망이면서도 절망인 존재였다. 그러나 지난 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서 약 100만원 돈으로 킴리아를 구할 수 있게 됐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대병원에서만 2명이 킴리아를 투약했다. 추가로 8명이 처방을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건강보험 적용 전 1년 동안 국내에서 약을 투여한 전체 환자가 10명을 넘기지 않은 것을 비교하면 눈부신 처방 속도다.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혈액암 환자들의 꿈이 현실로 되어 갔다.


킴리아 / 노바티스(Novartis)


앞서 킴리아는 스위스 지약사인 노바티스가 개발한 약이다. 환자의 몸에서 채취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정확히 찾아 공격할 수 있도록 유전자를 바꾼 뒤 다시 환자 몸속으로 집어넣는 방식이다.


이는 세포·유전자·면역치료 기술을 총망라한 형태로 환자 1명에게 맞춤형으로 제조된 최첨단 바이오의약품이다.


이 때문에 어떠한 치료도 통하지 않는 '재발성·불응성' 말기 혈액암 환자들에게 한 번의 투약으로 절반가량의 목숨을 살렸다.


다만 당시 4억 6000만원이라는 어마 무시한 가격을 자랑했다. 여기에 입원, 치료 비용까지 합하면 1인당 비용은 5억원에 육박했다.


은찬이 / 보배드림


킴리아를 투약하지 못해 막다른 길에 몰린 혈액암 말기 환자들은 연간 200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지난해 6월 세상을 떠난 은찬이도 포함됐다.


당시 은찬이의 부모는 약값 때문에 제2, 제3 금융권을 전전했다. 하지만 수억이라는 높은 금액 탓에 결국 은찬이를 떠나보내야 했다.


이제 말기 혈액암 환자들에게 킴리아는 더 이상 꿈의 약이 아니다. 의료현장도 킴리아를 처방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이다.


현재 처방이 가능한 곳은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이며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시설 및 관리 허가를 이달 안에 받아 막바지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혈액암 환자들은 킴리아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쾌재를 부르고 있지만 정부에게는 또 다른 숙제의 시작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추산한 한 해 킴리아 건강보험 청구액은 709억원인데 당장 예산에 영향은 적지만 다른 초고가 의약품들이 줄줄이 건강보험 적용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은 코로나19 유행에 따라 병원 방문 수가 감소하면서 흑자를 냈지만 이제 의료이용이 정상화되면 고령화 추세를 타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필요한 사람에 집중하는 '선별적 복지'에 무게를 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중증·희귀질환 치료제 신속 등재, 건보 적용 확대'를 내세우기도 해 새 정부 출범 후 희귀질환 의약품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은 더욱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