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3년 전 경기 가평 계곡에서 벌어진 이른바 '가평 계곡 살인 사건'을 단순변사로 내사종결했던 안미현 검사(사법연수원 41기)가 사과문을 올렸다.
안 검사는 "피해자와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라고 적으며 사건 담당 검사로서는 이례적으로 공개 사과했다.
지난 15일 안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매체 뉴스1의 기사를 공유하며 글을 썼다.
그는 "사건과 관련해 '내사종결' 의견을 낸 경찰의 말대로 내사종결을 지휘했다"라며 "내 무능함으로 인해 피해자분의 억울한 죽음과 진실이 묻힐 뻔했다"라며 자책했다.
이어 "피해자의 성팜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라면서 "피해자분과 유가족분들께 입이 열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 거듭 사과했다.
안 검사가 이 사건을 내사종결했던 근본적인 이유에는 구조적 결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경찰이 먼저 변사사건 수사를 하고 그 기록만 받아서 보다 보니 사건 당일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진술을 들어보지 못한 건 물론, 서류에 매몰돼 경찰의 내사종결 의견대로 처리하라는 어리석은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안 검사는 털어놓았다.
변사사건 단계였던 이 사건은 검찰에 사건이 송치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보완수사도 이뤄질 수는 없었다.
이런 점을 고려한 안 검사는 "나는 이 사건에 대한 경찰의 내사종결 의견에 대해 그대로 처리하도록 한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대로 이 사건이야말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검사가 경찰이 수사한 내용을 오로지 서류만 보고 판단하고, 사건 현장에 있던 이들을 만나보지도 못한 상태에서는 영장청구권과 수사지휘권이 있어도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지 못하고 놓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 지금과 같은 시스템 아울러 '검수완박'이 이뤄진 시스템 하에서는 더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안 검사는 "검수완박 전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라며 "검찰이 경찰보다 유능하다는 것이 아니고, 경찰만이 아니라 검찰도 실체관계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수사권 증발' 논의에 억울한 피해자의 죽음을 언급해 죄송하다는 말을 덧붙이며 "검찰과 경찰은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다. 맞서야 하는 건 악랄한 범죄자"라는 말과 함께 글을 마쳤다.
안미현 검사는 2018년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를 맡았을 당시 외부의 압력이 있었다고 폭로했던 소신 있는 검사로 정평이 나 있다.
그 외압과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이 관련이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할 정도로 소신을 드러냈었다. 그만큼 '옳고 그름'에 대해 객관적으로 따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오늘(16일) 이은해와 조현수는 경찰에 체포됐다.
이은해 아버지의 계속된 설득 끝에 결국 직접 자수 의사를 밝혔고, 이후 검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경기 고양시 덕양구 오피스텔에 머무르고 있었다. 경찰은 이미 3일 전 두 사람이 오피스텔에 머물고 있다는 내용은 확인했지만 정확한 호실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검거 당시 이은해와 조현수는 함께 있었다. 두 사람의 검거는 공개수배 전환 17일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