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토)

우크라이나 돕기 위해 무단 출국한 해병대 병사가 부대에서 겪었던 '부조리'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휴가 중 우크라이나 의용군 참전을 위해 무단 출국한 뒤 행방이 묘연해진 해병대 병사가 군 복무 중에 당한 부조리에 대해 밝혔다.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는 폴란드에 체류 중이라는 무단 출국 해병대 병사 A씨와의 사전 녹음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A씨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어린이집을 포격했다거나 민간인들을 무차별하게 학살하고 있다는 뉴스를 계속 찾아봤다"며 "한국 법을 어기더라도 일단 가서 도와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출국 이유를 들었다. 


이어 부사관을 준비했다는 이유만으로 부대에서 부조리를 당했다고도 주장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그는 "처음에는 선임들한테 예쁨을 많이 받았다"며 인정받는 해병이었으나 부사관을 준비한다고 밝힌 후에 부조리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A씨는 "부사관 이미지가 좋지는 않으니까. 그때부터 '너는 우리의 주적이니까 그냥 말도 걸지 마라'는 얘기를 들었고 제 선입 중에 한 분이 '얘 그냥 기열(기수열외) 처리해라'라는 말을 했었다"고 했다. 


이어 "부사관을 준비한다는 이유로 왜 따돌림을 당하나요?"라는 물음에 "저도 아직까지 궁금하다. 왜 제가 당하고 있었는지"라고 답했다. 


A씨는 "마음의 편지를 썼었고 간부들이 그걸 덮더라"라며 오히려 신고했다는 이유로 욕을 들어야 했다고 전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러면서 "저는 조금 깜짝 놀란 게 여기 해병대 수사관들이 찾아오기는 한다. 그렇게 신고했을 때 들은 체도 안 하던 사람들이 저 한 명 잡으러 (폴란드까지) 바로 빨리 오더라"라고 말했다. 


A씨의 주장과 관련해 해병대는 지난달 초 A씨의 신고를 접수한 뒤 현재 조사 및 수사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신고 이후 A씨의 요청으로 다른 부대로 전출 조처도 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날 방송에서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지적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포로로 잡힐 바에는 그냥 자폭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공습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어린이병원 내부 모습 / Telegram


또 "(돌아가더라도) 자진 귀국을 할 것"이라며 "제가 선택하는 것에 따라서 제가 책임질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A씨는 휴가 중이던 지난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폴란드로 출국한 뒤 우크라이나로 입국을 시도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측 국경검문소에서 입국이 거부됐고, 우크라이나 측은 A씨를 폴란드 동남부의 접경 도시에 있는 폴란드 측 국경검문소로 데려갔다. 


A씨는 지난 23일(현지 시간) 새벽 폴란드 국경수비대 건물을 떠났다. 현재는 연락을 받지 않고 있으며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군과 외교당국은 현재 A씨의 귀국을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