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임우섭 기자 =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김잔디(가명) 씨가 여성가족부 존폐를 놓고 '여성'이란 이름을 가진 부처가 있어야만 보장받는 형식적인 양성평등만이 필요한 것이냐며 질타했다.
그는 기고문을 통해 자신의 소신을 밝히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하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옹호하고 나섰다.
15일 중앙일보 기고글에서 김잔디 씨는 "지금 여성가족부 존폐를 놓고 시끄럽다. 없애냐 마느냐 하는 표피적 문제보다 난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꼭 정부 조직에 '여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부처가 있어야만 권리를 보장받는 형식적인 양성평등만이 필요한 것이냐는 물음말이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대단할 걸 바라는 게 아니다. 그저 여가부가 굳건히 존재했던 지난 5년의 더불어민주당 정권에서 벌어졌던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거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에서 자기 당 소속 권력자들의 잇따른 권력형 성범죄의 피해자들을 피해자라 부르지조차 않았다며 "문 정부의 여가부 장관(당시 이정옥 장관)은 (4·7 재보선을) '국민의 성인지 집단학습 기회'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목격한 국민의 분노가 차오르고, 야당이 이를 반영해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공약을 내놓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5년 동안 너무도 명백한 잘못을 하고도 제대로 바로잡을 생각조차 하지 않더니 폐지 공약이 나오고 나서야 '여성과 남성을 편 가르고 혐오적인 선동'이라고 여가부 안팎, 여성계가 흥분한다. 그리고 적잖은 2030 여성들이 여기에 동조한다"고 꼬집었다.
김씨는 "나는 여가부 폐지 공약의 이행 여부와 무관하게 공약을 내건 것만으로도 국민의 삶을 직접 변화시키는 중대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나의 대선 한 표도 그런 기준으로 던졌다. 절박한 심정이었다"며 "선거가 끝나고 권력이 바뀌었다. 차기 정부에서는 지난 민주당 정부와는 달리 2차 피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새 정부를 향해서는 "헌법정신을 강조하는 차기 정부가 여성의 권익 보호에 대한 국가 의무를 명시한 헌법과 새 정부의 약속인 공정과 상식, 그리고 평등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조화롭게 구현해 나갈지 궁금하다"며 글을 끝마쳤다.
한편 박 전 시장은 김씨가 고소한 다음 날인 2020년 7월 10일 자정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서울경찰청은 2020년 12월 해당 사건을 불기소(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뒤 수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