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초고속인터넷 강국이라고 소문난 우리나라도 한때 영상 한편을 다운로드하기 위해서 1시간이 걸렸던 시절이 있다.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PC로 1Mb(메가바이트) 영상 하나를 전송받는 데 평균적으로 58분 이상 소요됐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힘들게 받은 영상도 막상 재생하려면 무한 로딩이나 버퍼링에 걸려 버벅거리는 등 고구마 같은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났지만, 유튜브가 없던 시절엔 그마저도 감지덕지였다.
2000년대 초반에 접어들면서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간단한 이미지 정도는 1분 이하로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됐지만 그마저도 한 번에 보이진 않고 한 줄, 한 줄씩 서서히 그림이 나타나는 쪼는 맛(?)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당시 초·중·고등학생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능숙하게 컴퓨터를 사용하게 되면서 넷 제네레이션(Net Generation)에서 이름을 따 'N세대'라고 불리기도 했다.
지금처럼 스트리밍 서비스가 활발히 상용화되지 않았던 시대의 N세대들은 보고 싶은 영상이나 듣고 싶은 음악을 직접 다운로드해야만 했다.
소리바다 등 추억의 사이트에서 3분짜리 노래 한 곡을 받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이 '인내의 시간'을 감수하기 위해 친구들과 채팅을 하거나 포털사이트 게시판 글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젠 스트리밍 천국에서 마음껏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된 N세대들은 "영화 한 편 받으려면 하루 종일 걸렸다", "다운로드 창을 계속 보고 있으면 문제없는데 꼭 딴짓하다가 보면 오류 나서 중단됐었다", "잊고 있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면 지금 참 많이 발달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당시를 회상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져온 PC 통신을 이용하며 청소년기를 보냈던 많은 사람들이 "비록 다운로드 속도는 느렸지만 기다린만큼 꿀같은 재미를 선사했다"면서 해당 시기를 '낭만기'라고 부르며 향수를 떠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