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극단적 선택한 이등병 유서 속 '김OO 병장'을 찾지 못해..."의문의 죽음 또 이어져"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군대에서 옆 중대 애가 극단적 선택했을 때 진짜 무서웠다.대대 막사에 독립 중대인 공병중대가 왔었는데, 부조리가 엄청 심했다. 자대 배치받은 지 두 달 된 애가 계원이었는데, 모든 일을 소위 '짬'을 맞았다더라.자기만 빼고 선임들은 말차 나가 혼자 병기, 인사, 보급, 통신 혼자 다 짬 맞아서 매일매일 야근을 했다더라.동기 말로는 그 와중에 하나라도 제대로 안 돼 있으면 중대장이 뺨 때리고 그랬나 보더라. 그런 중에 일이 터진 거지.이 이등병이 결국 혼자 밤에 몰래 창고에 가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그때 하필 내가 당직 서고 있어서, 우리가 (처음) 찾아서 지휘 통제실에 알렸다. 군대에서 이런 일 생겨봤자 헌병대에서 쥐잡듯이 중대 터는 것 말고는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단 거 군필자라면 다 알 거다.그렇게 일이 지나가나 싶었는데, 공병중대는 독립중대인데 같은 막사 쓰는 우리 대대까지 X작살이 났다. '김OO 병장'을 찾는다는 것 때문이었다.극단 선택한 이등병 유서가 세장 정도 발견됐는데, 그중에 반은 '김OO 병장한테 고맙다'는 내용이 쓰여있었다더라.고마운 걸 보통 유서에 쓰나. 나도 그 유서를 봤는데 글씨를 꾹꾹 눌러쓴 게 진짜 무섭더라.근데 진짜 문제는... 김OO이라는 사람, 걔네 중대뿐만 아니라 우리 대대에도 없었다는 거다.혹시 자음을 착각한 거 아닌가 싶어서 다른 이름으로 뒤져봤지만 없었다.전역 후 2년 뒤에 아들 군번 후임이 제대해 오랜만에 만나서 술 마시는데 그때 이야기가 나왔다. 나중에 그 중대에서 한 명 더 극단적 선택을 해서 중대 한번 난리 났다더라. -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A씨의 사연을 각색한 것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김OO 병장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군대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등병은 유서 세 장 중 절반을 김OO 병장'으로 채워 넣었다.


부대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추적했지만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씨가 군 생활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등병을 발견하며 겪었던 일화가 재조명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에 따르면 모든 업무를 떠맡으며 사실상 괴롭힘을 당하던 이 이등병은 부조리를 참다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유서에는 '감사하다'는 표현과 함께 꾹꾹 눌러 쓴 글씨로 '김OO 병장'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문제는 전 대대를 뒤져도 그런 이름의 병장이 없었다는 점이다.


미스터리하고 찜찜한 이 사연에 많은 이들은 이등병이 김OO 병장의 이름을 잘못 적은 이유에 대한 추측을 이어갔다.


일부 누리꾼들은 "잘해줬다는 병장한테 피해 갈까 봐 가명으로 적은 거 아닐까. 남들은 모르지만 둘만 아는 가명 아니었을까", "자기가 죽은 뒤에 그 병장 찾아내서 입막음시키고 협박할까 봐 혼자 정한 가명으로 썼나 보다"라고 예상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일각에서는 "조현병 아닐까", "왜 없는 이름을 썼을까. 진짜 그렇게 믿고 가상의 인물을 만든 거면 너무 슬픈데..", "무섭고 소름 끼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진실은 오직 그 이등병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괴롭힘과 과로에 시달렸던 이등병. 그 와중에도 자신을 유일하게 위해줬던 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었던 이등병의 진심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