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유진선 기자 = 연일 30도가 웃도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밖에 잠시만 서 있어도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이런 날씨에도 '뜨거운 음료'밖에 못 마시고 있는 한 엄마의 사연이 전해졌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2011년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故 권승민 군의 어머니, 임지영 씨의 이야기다.
임지영 씨는 지난달 30일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세상을 떠난 후 10년째 차가운 음료를 마시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정확히는 장례식장에 안치된 아들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댄 후부터였다. 냉동고에 있다 나온 아들은 너무도 차가웠다.
임씨는 차가운 것을 만질 때마다 숨진 아들의 몸을 쓰다듬던 순간이 생각나 차가운 것을 마실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임씨를 더 고통스럽게 하는 건 가해자들의 태도였다. 그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해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 2월 임씨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학교폭력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가해자의 진심이 담긴 사과와 반성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가해 학생들은 특히 어렸으니까 당연히 실수했을 수도 있다"면서도 "적어도 내가 한 실수가 남의 목숨을 좌우할 수 있다는 생각 정도는 하며 살아야 하는데 (가해 학생들이) 지금 그러고 살고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 학생들이 정말로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 가족에게 '그때 내가 이런 잘못을 저질렀고 반성해서 이런 삶을 살고 있다'고 용서를 구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 권승민 군은 물고문과 금품 갈취 등 상습적인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유서를 남긴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11년 극단적 선택을 할 당시 권 군은 고작 중학교 2학년생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에 쭈그리고 앉아 눈물을 닦는 권 군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은 많은 이들을 울렸다.
'대구 중학생 사건'으로 명명된 이 사건은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재판에 넘겨진 2명의 가해자는 최종적으로 각각 장기 3년 단기 2년 6개월, 장기 2년 6개월 단기 2년형을 선고받았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