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당하는 여자 안 도와주고 지나갔더니 경찰서에서 조사 받으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사건에 휘말리기 싫어서 성폭행 당하는 여자를 무시하고 지나 간 남성의 비협조적 태도를 두고 누리꾼들은 다양한 주장을 펼쳤다.

입력 2021-06-03 14:29:10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영화 '목격자'


[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성폭행 당하는 여성을 보고도 모른 체하고 지나친 남성이 '경찰 조사' 전화를 받았다는 사연에 누리꾼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에는 "성폭행 당하는 여자 무시하고 지나갔는데 경찰에서 조사 전화 왔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두 달 전 길을 가고 있는데, 남자가 차 안쪽에서 여자를 강간하려 하면서 폭행하고 있더라"라며 "그냥 휘말리기 싫어서 갈 길 갔다. 물론 그 상황은 제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저번에 성폭행 당하는 사람 도와줬다가 되려 피해 입었던 사례를 들어서 그냥 무시하고 달려 지나갔다"며 "애초에 남일인데다 휘말리기 싫었다"라고 설명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후 A씨는 경찰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아달란 전화를 받았다.


그는 "피해 여성이 가해자를 신고하면서 저를 목격자로 이야기한 것 같다"면서 "주변 CCTV를 추적하고 제가 이용한 카드 내역을 추적해 지난 주 경찰에서 전화가 왔다"고 전했다.


경찰은 A씨에게 목격자인데 왜 신고를 안 했는지, 그 당시 상황이 기억나는지 등을 물었다고 한다.


A씨는 "(참고인 조사) 싫다고 하고 끊었는데 이게 법적으로 강제성이나 불이익이 있나"라고 누리꾼에게 질문했다.


끝으로 "전화 계속 오는 데 무시 중이다. 휘말리기 싫다"라고 덧붙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뽐뿌'


A씨의 상황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누군가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그냥 지나치고 참고인 조사도 받기 싫다는 A씨를 비난하는 반응도 있었지만 충분히 이해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를 비판한 누리꾼들은 "경찰에 신고라도 했어야지 그걸 무시하냐", "너무 이기적이다. 나중에 그대로 당한다", "피의자도 아니고 참고인 조사인데 좀 협조하면 안되냐" 등 A를 나무랐다.


반면 일각에서는 "내가 여자 도와줬다가 덤터기 썼다. 이후엔 누가 당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 "신고하는 순간 경찰은 그냥 갈 길 가게 안 둔다", "괜히 도와주려다 불이익 받는 사람들 많다는 얘기를 들어서 나같아도 꺼려진다" 등 A씨에 공감하는 반응도 많았다.


자신을 현직 변호사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강제성도 없고 불이익도 없습니다만 계속 연락 오는 게 싫으시면 사유는 말씀하시는 게 방법입니다"라고 조언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영화 '목격자'


누리꾼들이 A씨에 공감하고 같은 입장을 고수하게 된 배경은 다른 사람을 도와줬다가 오히려 불이익을 당한 사례들이 종종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곤경에 처한 사람이 여성일 경우 도와줬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리는 등 억울한 상황에 처했다는 사연들이 전해지며 A씨를 마냥 비난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왔다.


다만 최근 이런 사례들이 재확산되며 남녀갈등을 부추기고 개인주의의 폐해가 깊어진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