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교도소에 있다가 사회에 나오니 누구도 받아주지 않았다. 친척과 친구들도 전과자라고 냉대했다. 남들보다 끗발 나게 살고 싶었는데..."
1975년 오늘(8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연쇄살인마였던 김대두가 잡혔다.
김대두는 전라도와 경기도, 서울을 돌며 총 17명의 무고한 시민을 살해했다.
그가 17명을 살해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55일. 그렇게 살인을 저지르면서 그가 손에 넣은 건 2만 6천 원 정도의 현금과 고추 30근, 쌀 1만, 청바지 1개, 시계 1개가 전부였다.
김대두의 살인은 1975년 8월 12일 전남 광산에서 시작됐다.
폭력 전과 2범인 김대두는 돈을 훔치기 위해 한 민가에 들어갔다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그의 아내에게 부상을 입힌 뒤 도망갔다.
이어 목포로 간 김대두는 다시 순천으로 향해 50대 부부와 여섯 살짜리 손자를 살해하고 단돈 250원을 훔쳐 달아났다.
광산에서 살인을 저지른 후 그에게는 거칠 것이 없었다. 그는 "이왕 죄를 지을 바에는 돈이 많은 서울에서 하자"며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
이어 서울과 경기도 일대를 돌며 수많은 사람을 살해했다. 경기도 평택군 송탄읍(현 평택시)에서는 할머니와 3명의 손자를 모두 살해했다.
살해된 4명 중 한 명은 집 밖의 나무에 묶여 있었고, 나머지 3명의 시신은 장도리로 수십 차례 가격 당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돼 있었다.
9월 30일에는 경기도 시흥군 남면(현 군포시)에서는 여성을 강간한 뒤 살해하고 생후 3개월 된 아기를 바닥에 내리쳐 죽이기도 했다.
그의 행적은 살해 후 빼앗은 청바지를 세탁소에 맡겼다가 탄로 나게 됐다. 김대두는 친구랑 싸우다가 코피가 묻었다고 설명했으나, 코피라기에 청바지에 물든 피의 양은 너무 많았다.
결국 세탁소 주인이 경찰에 신고해 김대두가 체포됐다.
처음에 그는 범행을 부인했지만 담당 형사와 중국집에서 탕수육과 술을 먹는 중에 "사실 한 놈을 죽였습니다"라며 자신의 연쇄살인을 털어놓았다.
체포 후 현장 검증에서 김대두는 껌을 질겅질겅 씹어대며 웃는 모습을 보여 온 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기자회견에서는 교도소에서 나온 후 누구도 받아주지 않았다며 "내 깡이 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재판이 이뤄지고 김대두의 변호사는 마지막 변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남산 위에서 내려다보면 불빛은 많은데 내 것은 하나도 없었다는 피고인의 한탄은 바로 귀속의식이 충족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사형제도 폐지론의 조류에 따라 피고인을 무기로 감형해 달라"
자신의 빛이 없음을 이유 삼아 남들의 빛을 꺼뜨린 김대두는 결국 사형을 선고받고 이듬해인 1976년 12월 28일 형장에서 처형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