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01일(금)

"무단횡단하는 할머니 차로 들이받아 사망했는데 제가 100% 책임져야하나요?"

무단횡단 교통사고 시연하는 스턴트맨 / 뉴스1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10년 가까이 오가던 길에서 무단횡단하던 할머니를 치어 숨지게 한 A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는 유죄를 받았다.


지난 27일 자동차 전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사고로 힘든 나날을 보내온 A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사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교통사고를 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오후 A씨는 왕복 4차선 도로를 달리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차량 통행은 잦지만 인적은 드문 도로였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그런데 가드레일 너머로 가려졌던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냈다. 할머니가 무단횡단을 한 것이었다. 


A씨는 "그 길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본 날이 할머니를 치는 날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사고가 난 후 고통에 몸부림치는 할머니 옆에서 A씨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119에 신고하는 일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집 앞마당에서 할머니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홀로 자신을 키워 온 홀어머니가 걱정할까 봐 묵묵히 집으로 들어가 방에서 이불을 쓰고 한참 울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나 역시 '죽어야겠다' 싶어 그 죄책감에 몸부림치다 어느새 노끈을 찾아와 나 스스로 목에 둘렀고 그걸 천장에 매달며 내 목을 옥죄었습니다"라며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이야기도 전했다.


그러면서 "그러다 줄이 끊어져서야 온몸이 바닥에 나자빠졌을 때 또 한참을 널브러져 앉아 울고 또 울었습니다"라고 말을 이었다. 


이후 매일 술만 마시던 A씨는 모든 걸 잃게 됐다. 10여년 전 이식 받은 신장은 망가져 다시 투석을 받아야 했고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친구도 멀리 떠나가 버렸다. 


A씨에게 남은 것은 피해자 할머니 유족에게 주기 위해 받았던 대출금 3천만원이 전부였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 사이 1심 판결이 났다. 재판부는 4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하면서 좌우를 살피지 않은 보행자의 과실이라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곧 항소장이 날라왔다. 


A씨는 "검사가 그 전에 볼 수 없었던 날이 선 단어들을 조합해 피고인(A씨)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사고를 일부러 냈다고 와전시켜 사람을 범죄자로 몰고 갔습니다"라고 전했다. 


항소심 판결 결과, A씨의 유죄였다. A씨에 따르면 판결문에는 주위에 마을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해당 도로에서 처음으로 본 사람과 교통사고가 난 A씨에게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였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A씨는 한 번 싸워볼 생각이다. 그는 지난 26일 상고장을 접수했다며 "이 싸움에 사활을 걸었다"라고 전했다. 


28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도 올렸다. 그는 청원 글에서 "운전자의 과실이 없는 무단횡단 사고에서 더이상 기소 남발에 불과한 운전자 처벌을 거둬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제발 당연한 법을 가지고 선량한 운전자를 죽이지 마십시오. 법을 고쳐 주십시오. 새로운 법을 개정해 주십시오"라고 요청했다. 


현재 A씨가 올린 청원은 28일 오후 3시 기준으로 2,3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