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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창문 왜 안 깼냐"는 항의에 현직 소방관이 올린 장문의 글

제천 화재 사고에 대해 소방당국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직 소방관이라는 어느 누리꾼이 당시 화재 현장을 설명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연합뉴스


[인사이트] 황효정 기자 = 현직 소방관이라는 어느 누리꾼이 제천 화재 사건과 관련, 소방관들에게 쏟아지고 있는 비판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2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현직 소방관이라 소개한 누리꾼 A씨의 글이 게재됐다.


A씨는 "답답한 마음에 글을 적는다"면서 "이 글은 지극히 제 개인의 의견"이라고 명시하며 말문을 열었다.


A씨는 한 명의 소방관으로서 얼마 전 제천 화재 사고에 대해 전 국민들이 많은 관심이 있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족한 인식 탓에 소방관에게 애꿎은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걸 보고 이 글을 쓰게 됐다고 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연합뉴스


먼저 A씨는 제천 화재 현장에서 발생할 뻔했던 '백드래프트' 현상에 대해 언급했다.


'백드래프트'란 쉽게 말해 화재 시 갑자기 창문이나 문을 열게 되면 산소가 밀려들면서 급격하게 불길이 폭발하는 현상이다. 


화력이 높고 강도가 세 소방관들 사이에서는 '소방관 살인현상'이라 부르기도 한다.


인사이트YouTube 'Choi Sung YONG'


일반적인 화재 현장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제천 건물처럼 통유리로 된 '무창층' 건물의 화재 현장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산소가 부족한 무창층 건물의 화재 현장에서는 산소 유입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현재 제천 화재 사고의 경우 "2층 창문을 깨지 않아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A씨는 이에 대해 "창을 함부로 개방했다면 거대한 '백드래프트' 현상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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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연합뉴스


A씨는 설사 폭발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비슷한 수준으로 불길이 커졌으리라고 추측했다. 


이전까지 쌓인 열로 불길이 갑자기 거세지는 '플래시오버' 현상이 발생했으리라는 것이다.


A씨는 "일부에서는 제천 화재 건물인 목욕탕이 주로 도자기인 타일로 이뤄져 탈 수 있는 물질이 없다고 생각하더라"라며 "그러나 '플래시오버'와 '백드리프트'는 주로 가스로 탄다"고 지적했다.


가스란 다름이 아닌 화재 당시 하늘로 솟구쳐 올랐던 시커먼 연기다. 소량의 그을음과 수증기, 그리고 다량의 가연성 가스가 섞인 게 바로 연기인 것이다. 


그는 "2층 창을 개방했다면 건물이 급격하게 불타 아마 단 한 사람도 살아서 내려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건물 또한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무너졌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사이트


인사이트연합뉴스


제천 화재 건물의 창문을 열지 않은 것은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현명하게 판단한 것이라고 단언하는 A씨였다.


A씨는 다만 제천 현장에 충분한 소방력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출동도 못 하게 길을 막은 차량들은 대한민국 국민의 차량이었다"고 지적했다.


A씨는 끝으로 "목숨을 바쳐 화재 현장에 뛰어드는 소방관에게 그만 욕해달라. 불을 낸 사람을, 원인을 찾아 비판해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21일 충북 제천의 한 스포츠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9명의 소중한 생명이 스러졌다.


인사이트


인사이트연합뉴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소방당국의 미숙한 초기 대응에서 비롯된 인재였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건물 2층에 사상자가 집중된 부분을 들어 "유리창을 깨는 등 적극적으로 인명 구조에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보도를 접한 국민 사이에서도 소방공무원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며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그러나 불법주차 차량으로 소방차 진입이 늦어진 점, 적은 인력 탓에 소방관들이 부족했던 점 등이 드러나면서 열악한 소방활동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편 제천 화재 당시 소방당국의 부실 대응 의혹 등을 규명할 소방합동조사단은 26일인 오늘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구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29명 희생자 앞에 고개숙인 제천 소방관들조종묵 소방청장과 충북소방본부 관계자들이 제천 참사서 구조하지 못한 희생자 29명 앞에 고개를 숙이고 사죄의 뜻을 전했다.


화재 진압 후 그을린 옷 그대로 입고 지쳐 쓰러진 소방관들충북 제천 화재로 29명이 사망한 가운데 소방관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만 이들을 비난할 수 없게 만드는 사진 한 장이 전해졌다.


화재 현장서 유리창 함부로 깨면 소방관과 구조자 모두 위험할 수 있다충북 제천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국이 침통한 가운데 소방관들이 건물 유리를 깨고 들어가지 못한 이유로 '백드래프트'가 떠오르고 있다.


황효정 기자 hyojung@insight.co.kr